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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하루] 짐승의 꿈 - 이 성 선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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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5.12.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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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둠이야
이 고요함 속에 나는 온통 별이야, 눈물이야
하늘이어 팔을 내려
번쩍이는 북두칠성 굽은 팔을 내려
나를 안아가 주오
이 영혼이 별의 가지 끝에
이슬로 맺혔다가
날아가 밤의 나라, 고요히 불타는 나라
그 가슴에 묻히면 무궁에 눈뜰거야,
우주에 피어나 해탈하여 날아다니며
노래할꺼야
풀잎에 어둠으로 웅크려
밤하늘을 쳐다보며 꿈꾸는
나는 지금 죽음보다 황홀한 짐승
허공 가지에 커다란 달로 떠
그대 가슴에 안길까
눈시울 붉은 꽃으로 가서
그대 가슴에 묻힐까
고요한 밤하늘을 울리는 심금
나는 죽어서 별이야
별빛 가지에 피어난 눈물이야


  시인은 마른 풀잎 끝에 매달린 한 방울 이슬처럼 떨린다. 세상의 어느 목숨도 풀잎도 나무도, 땅 밑에 작은 벌레까지도 존엄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 아닌 어느 것에게도 함부로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안타깝고 그래서 사랑이 넘친다. 시인은 인간의 세계 속에 살면서 천지만물의 몸짓과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나 질서라는 인간세계에서의 법칙은 자연이나 사회를 지배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이어야 하므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다양성을 욕망을 끊임없이 다스려야 한다. 그것은 때때로 순수 자연 그대로의 인간의 꿈을 억압한다. 그래서 시인은 ‘밤의 나라, 고요히 불타는 나라’ 인 어둠의 나라에 이르는 꿈을 꾼다. 그곳에서 무궁에 눈뜨고 우주에 피어나 해탈하여 날아다니며 노래할 수 있는 ‘죽음보다 황홀한 짐승’이 된다.

  시인들과 인도를 여행한 적이 있다. 그 속에 이성선 시인도 있었다. 인도의 성지 바라나시에는 오체투지(불교의 절하는 법의 한 가지. 먼저 두 무릎을 땅에 꿇고 다음에 두 팔을 땅에 대고 그 다음에 머리를 땅에 대어 절한다.)를 하면서 몇 달이 걸려 그곳까지 온 티벳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 속에 섞여 이성선 시인은 어느새 오체투지를 하고 있었다. 그는 이제 하늘에 가 있다. 그는 이제 별이 되었을까, ‘별빛 가지에 피어난 눈물이’ 되었을까. 

/ 고경희(시인ㆍ국문과 2003년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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