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의 합리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선진자본주의 국가의 경우에는 이미 10년 전인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에 보수주의자 및 자유주의자에 의해 제기됐고, 구체적으로 공공부문 민영화나 경영혁신이 실행된 바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경제성장 과정에서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그 결과 정부투자 및 정부출연, 정부출자기관들이 양산됐다. 그리고 공공부문이 산업구성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져 왔다. 따라서 한국경제에서 공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시할 수 없는 정도이며,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민간기업의 경영합리화와 맞물려서, 공기업도 공기업 합리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다방면에서 나오고 있다.

  그동안 제기되어 온 공기업 합리화의 방안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공기업 전반에 대한 것으로, 전면적인 민영화, 통폐합 등 공기업 구조개편방안이며, 둘째는 기업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인원감소, 노조전임자 축소, 복지후생제도의 개편 등 공기업 내부쇄신방안이다. 이러한 정부의 합리화 방안은 노동조합과 학계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노조에서는 정부의 합리화 방안이 노동자의 고용을 불안정하게 만들어서 노조의 조직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치우쳐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고, 학계에서는 정부의 방안이 장기적인 계획위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행정편의적이고 단기적인 관점에서 만들어지고 있으며, 공기업 합리화의 초점인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문제’는 소홀히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공기업 민영화 문제를 빈번히 제기하고 있는데, 민영화가 공기업의 효율성과 서비스의 질을 어떤 방식으로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민영화가 마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이데올로기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데 문제가 있다.

  문제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각은 공기업의 기존 구조가 효율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점과 공공부문이 자본주의 경제의 적절한 운영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그동안 관행이 되어온 정부의 불합리한 개입이라든가, 공기업 내부의 관료적이고 비합리적인 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이 급선무라는 점이다.

  한편 공기업의 경우는 노동조합의 조직률이 민간부문에 비해 높은 편이어서, 정부와 기업측에서 공기업 합리화를 통해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면서, 민영화와 노동의 유연화정책을 관철시켜 나가는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노조조직이 기업별 노조이기 때문에 해당기업의 노사관계 및 기업측의 합리화 정도에 따라 공기업 합리화는 여러 모습을 보일 것이다. 따라서 노동조합에서는 이러한 도전에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고 현상황에 맞는 대안적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인수범(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