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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철학이 학문으로 자리잡아 흐뭇…요새는 생명연구에 관한 한국현실 연구”
많은 사람들은 지금의 첨단기술만을 과학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고대·중세에도 전통 과학기술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으며, 이는 근대의 과학혁명을 거쳐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급속히 발전된 것이다. 이제 과학기술은 인간복제, 유전자 조작 등과 같은 과거 신의
영역으로만 생각되던 분야까지 넘나드는 등 인류의 장래를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과학 자체에 대한 깊은 연구가 필요해지면서 과학사·과학철학
등의 학문이 생겨나게 됐다. 이 중 과학철학은 과학적 인식의 기본 문제에 대해 고찰하는 학문으로, 쉽게 말해 철학적인 시각에서 과학을 분석하는
분야이다. 우리나라에 과학사·과학철학이 도입된 것은 1960년대로 다른 나라에 비해 늦은 편이었다. 올 해 본교 사학과 교수직에서 정년퇴임한
송상용 교수(한양대 철학과 석좌교수)는 이 시기 과학사·과학철학을 연구한 몇 안 되는 학자 중 한 사람이다. 현재 송교수는 학계에서 국내는 물론
국제무대에서도 과학철학과 과학사를 전파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송교수는 어렸을 적부터 과학자의 꿈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중·고등학교 시절 과학부 부원, 화학부장 등을 거치며 과학자의 꿈을
꾸어 온 그가 인문학에 관심을 갖게된 것은 대학 입학 때부터다. 그는 서울대에서 화학을 전공하던 시절, 인문·사회과학 강의들을 듣고 난 후
세상을 보는 시야가 훨씬 넓어진 느낌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졸업 후 서울대 철학과 3학년으로 학사편입을 하기에 이르렀다. 송교수는 인문사회와
자연과학을 접목시키겠다는 포부 아래 대학원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연구하게 됐다. “그때 우리 나라에 과학철학을 전공한 학자가
몇 안됐기 때문에 교육 환경도 지금에 비해 많이 열악했고, 무엇보다도 외로웠어”라며 이 시절을 회상하는 그는 그 때문인지 유독 여러 학회에서
국내외 학자들과 활발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이제 과학철학이 놀랄만한 성장을 한 지금, 그에게는 뜻을 같이 하는 제자들이 많이 나와 이제 더
이상 쓸쓸하지는 않다. 송교수는 50년이 다 되어가는 연구활동 기간 가장 보람있었던 기억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연구를 통해 느끼는 보람은 다
같겠지만, 내가 시작할 때만해도 새로운 분야였던 과학사·과학철학이 이제는 학문으로 자리잡은 모습을 보면 참 뿌듯해”라며 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송교수의 보람은 그만큼이나 많은 역경을 거친 후에야 이뤄졌다. 비교적 젊은 나이인 28살부터 대학 강단에 섰지만, 그가
연구한 과학사·과학철학 분야가 대학 체제에 자리잡기까지 걸린 세월은 길고도 길었다. 40살에 성균관대에 낙농학과 교수로 취직한 송교수는 당시
대학의 사정에 따라 과소속이 바뀌곤 했다. 특별한 분야를 자신만의 고집으로 밀고 나갔던 송교수는 이렇게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난관 속에서도 “학문의 길이 힘든 건 당연한 것”이라며 묵묵히 참아냈다는 송교수는 1980년 전두환 집권과 함께 해직되어 영국에
가 있다가 1984년, 본교 사학과 교단에 서게 됐다.
인문학과 이공계 학문은 현재 취업의 어려움으로 인해 학생들에게 기피대상이 되고 있어 대학 내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송교수는 “과학사·과학철학과 같이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 사이에서 다리 몫을 하는 분야가 위기 극복을 도울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인다. 이공계만으로 이공계 기피현상을, 인문학만으로 인문학의 위기를 넘기기는 힘들다는 말이다. 송교수는 학문의 협동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개척함으로써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지금도 자신의 학문 활동을 늦추지 않는 송교수는 요즘 생명윤리와 관련한 우리 나라의 현실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또
한양대에서는 이공계 학생들의 필수과목인 ‘과학기술의 철학적 이해’라는 강의로 여전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항상 자신만의 연구시간이
부족하다는 송교수는 요즘 대학생들이 입학 후 학업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나, 학문탐구보다는 졸업 후 취직에만 관심을 쏟는 모습을 보며 아쉬움을
느낀다. “우수한 학생들이 한의학에 몰린다는데 보약 지어 팔아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라니 이해가 안된다. 취업도 중요하지만 정말 하고 싶은
학문이 있다면 소신껏 해나가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송교수의 모습은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많은 깨달음을 줄 것이다.
최근 송두율 교수를 위한 성명서에 서명한 송교수는 "경계인을 자처하는 학자로서 로동당에 입당한 것은 비난을 받아 마땅하지만
법정에서 판가름이 나기도 전에 간첩으로 몰고 가는 일부 언론과 학자들에게 환멸을 느낀다"고 했다.
/ 김혜민 기자 khm84@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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