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학교 곳곳에서 자연을 접할 수 있다. 소나무, 단풍나무를 비롯한 셀 수 없는 종류의 나무들이 학내 모든 건물을 둘러싸고 있다. 나무로 울창한 공간은 학업에 지친 학생들에게 편안한 쉼터로, 캠퍼스 커플에게 분위기 있는 데이트 장소가 된다. 한데 누가 이곳을 이처럼 소담스럽게 가꾸었을까 하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학내 모든 나무들은 현재 김대룡 조경반장을 포함한 두 정원사의 손길을 받아 아름답게 커나가고 있다. 김반장은 본교가 창설된 82년부터 나무를 돌봐 온, 학교 곳곳 모든 나무의 아버지와 같은 존재이다.

  김반장은 본교의 조경을 시작하기 전, 토지 개발 등의 작업을 통해 자연과 함께 하는 생활을 해왔다. 정원사 일은 우연히 농협 건물의 조경을 담당하면서 처음 시작하게 된 것. 이후 그는 자신의 경험을 살리고자 본교 정원사로 취직하게 됐으며, 지난 96년에는 퇴직 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학교측으로부터 다시금 조경을 담당해달라는 부탁을 받기도 했다. “학교 나무에 대해 나만큼 잘 아는 사람이 없긴 하지”라며 미소를 띄우는 김반장은 언제나 기쁜 마음으로 나무를 관리한다. 학교 전체의 나무를 관리하는 일이라 체력 소모가 많아 젊은 사람들에게도 고된 일이지만 김반장에게는 고령의 나이가 문제되지 않는다. 정원사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나무를 사랑하는 마음’이 누구보다 크기 때문. “지금까지 가꿔온 나무가 다들 내 자식 같아. 힘 닿는 데까지 계속 할 생각이야”라고 말하는 그에게 나무를 가꾸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한 직업이 아닌, 자신을 위한 일이었다.

  오랜 기간 학교에 머물러서인지, 그는 나무 뿐 아니라 학생들을 생각하는 마음도 끔찍할 정도다. 배움의 공간에서 곧게 자라나는 나무는 학생들의 올바른 인격형성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에 나무의 건강한 성장에 더욱 책임감을 느낀다.

  김반장은 현재 학내에 큰 건물이 곳곳에 들어서 있어 자연을 보다 적게 느끼고 있지만 ‘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신념은 변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 또 도시화가 많이 진행된 선진국일수록 조경의 필요성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이며 자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우리 나라에서도 약 15년 전에 모든 건물에 조경이 갖춰져야 준공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건축법이 제정됐어”라며 자연친화의 필요성을 한번 더 강조하는 그. 조경은 더 이상 건축의 장식물이 아닌, 필수 요소로 자리잡았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김반장은 요즘 학생들이 학교 조경의 주인공인 나무의 소중함을 모르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표한다. 학생들이 나무를 부러뜨리거나, 여기저기에 플랜카드를 매어놓은 채 떼지 않아 나무에 상처가 난다는 것. 김반장은 “누가 학생 옷을 찢거나, 목을 조른다고 생각해 봐. 나무도 사람들과 똑같이 생명을 갖고 있어”라며 나무에 대한 애정을 당부한다.

  요즘 그는 학내 모든 나무의 가지를 치고, 나뭇가지에 떨어진 낙엽을 털어내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원사가 두 명 뿐이라 피곤하고 힘들기도 하다고. 하지만 그는 “조금 쌓인 낙엽이라도 털어내지 않으면 가지가 썩어서 나무의 수명이 짧아지기 마련”이라며 나뭇가지를 섬세하게 보살핀다. 학내 곳곳의 나무들은 김반장의 아름다운 정성을 듬뿍 받아 아름답게 자라날 것이다.

/ 김혜민 기자 khm84@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