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신록 (천상병)

오월의 신록은 너무 신선하다.
녹색은 눈에도 좋고
상쾌하다.

젊은 날이 새롭다
육십두살된 나는
그래도 신록이 좋다.
가슴에 활기를 주기 때문이다.

나는 늙었지만
신록은 청춘이다.
청춘의 특권을 마음껏 발휘하라.

  오월은 오!월이다 오!하는 감탄사가 터져나올 정도로, 오월은 나무마다, 달력마다, 거리마다 축제이다. 유명하고 화려한 축제에서 하물며 이름없는 야산에도 아카시아 꽃들의 축제가 한창이다. 대학들의 축제, 대동제가 한창이고, 밤새 학과 주점에서 선배, 후배들의 열정을 꽃을 피우기도 한다. 그리고 오월은 기억할 것이 너무 많은 달이다.

  긴 문장에 쉼표를 찍어가듯 그 축제 속에 어린이도, 어버이도, 또 스승의 은혜도 기억하고 기념하라고 한다. 그러하기에 정신을 바싹 차리지 않으면, 오월은 축제도, 기념일도 다 흐지부지 놓쳐버리고 마는 너무 짧은 달이기도 하다. 오월을 시작할 때는 정신을 새롭게 가다듬어야 한다. 꽃이 진 후, 축제가 끝난 후의 그 쓸쓸함, 그리고 봄의 절정을 막 넘어 이제 서서히 기울어져 가기 시작하는 공허한 오월의 저 한편을 기억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십 두살의 때 쓰신 천상병 시인은 이 땅의 청춘들에게 그 특권을 마음껏 발휘하라 한다. 오월의 신록은 신선하며, 녹색이 고단한 눈을 맑게 해주며, 그래서 신록은 영원한 청춘이기 때문이다.

/ 이인자 (국문 97년 졸업, 1996년 <현대시학>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