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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의 신작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 대한 평단과 관객의 반응이 찬사 일변도의 전작들과 달리 전작의 반복과 변주에
불과하다는 냉담한 반응도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어, 그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서부터 『생활의 발견』에 이르는
전작들에서 보여주었던 홍상수의 영화적 시도는 ‘실험적인 이야기 구축’, ‘인간 본성의 불투명함’에 대한 탈월한 영상 미학의 표출이라는 수식어를
꼬리표처럼 달고 다니며 찬사 일변도의 반응과 달리 이번 영화에 대한 희비가 엇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홍상수 영화의 개별 작품들은 너무나도 훌륭하다. 문제는 그가 매번 영화에서 보여주는 지식인 남성의 속물근성과
자의식 과잉으로 인한 허위의식의 표출 즉 그의 독보적 장기에 있다. 그의 작품을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모두 본 관객이라면 그의 한결같은 지식인에
대한 냉소와 주인공 남성의 일탈(짧은 여행)을 통한 반복과 변주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역시 예외는 아니다. 대학 선후배인 두 남자 헌준(김태우)과 문호(유지태)가 7년만에 첫사랑
선화(성현아)를 다시 찾아보자고 의기투합하는 1박2일의 일탈이 이 영화의 전부다. 헌준은 첫사랑과 재회하지만 그녀와의 재결합 즉 일상의 변화는
원하지�않는다. 문호 역시 여제자와의 일탈 이후 그 일탈이 알려질까봐 전전긍긍하며 귀가를 서두른다. 그들의 일탈에는 특별한 목적도 없고, 그로
인해 이틀 동안의 일탈 이후 일상의 변화 역시 없다. 대개의 영화가 추구하는 극적 구조의 치밀함을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영화의 어처구니 없는
종영에 한 순간 자리를 뜨지 못하고 실소를 자아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홍상수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서 의도한 아니 홍상수표 영화가
의도한 일상성의 표현이 아닐까 한다. 반복되는 일상, 남성들의 일탈을 통한 욕망과 허위의식, 먹물 근성이 보여주는 자의식 과잉의 상징화된 은유야
말로 홍상수 영화의 본령이기 때문이다.
전작에 비해 별반 떨어질 것 없는 이번 영화에 대해 유독 냉담한 반응을 보인 이유는 그의 영화 기법에 열광했던 이들이 이제는
그에게 좀더 새로운 영화적 시도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견고할 것만 같았던 그의 독보적 장기에 서서히 틈이 갈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홍상수가 해결해야할 가장 시급한 문제이며, 그에 대한 해답은 다시금 그의 영화에 대한 신중한 천착에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서부터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는 주인공 남성의 일탈 행동의 본래적 의미는 무엇인가? 자신의 영화로부터
부여받은 문제의식을 그가 어떻게 해결하냐에 따라 그는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작가주의 감독으로 오랫동안 자리매김할 것이다. 그의 영화가 보여주는
일상의 일탈을 이제는 홍상수가 해야 할 때이다. 홍상수 영화에 등장한 가출한 남성들의 일탈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 것인가. 관객들은 이제
서서히 지루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영화 평론가 정성일이 부천 밤거리를 배회하던 문호의 귀가를 우려했던 발언은 이와 같은 발로가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작의 반복에 지나지 않는다는 냉담한 반응에 나는 좀더 너그러운 마을을 가지고 그의 영화적 행보를 기다려
보자고 하고 싶다. 그만큼 현대인의 불안과 그로 인한 자의식 과잉과 속물근성을 드러낼 감독이 있을까 하는 노파심 때문이다. 연신 ‘씨발’을
내뱉으며 자기합리화를 추구하는 문호의 속물근성, 여자를 버리고 몰래 유학을 떠나려 했던 헌준이 공항에서 뜻하지 않게 선화를 만나자 “기다릴 수
있는 거지? 사랑해”라고 내뱉던 위선, 제멋대로 살다가 7년 후 갑작스레 찾아 온 첫사랑의 남자에게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 줄 알아?”하며
순정(?)을 호소하는 선화. 첫사랑에 대한 환상을 여지없이 깨준 아니 우리가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첫사랑의 의미를 너무나 적나라하게 까발린
홍상수의 유쾌한 발상에 나는 아직 그에게 등을 돌리고 싶지 않다. 우리가 숨기고 싶었던 진실에 대해서 까발리는 홍상수가 소름끼치지 않는가.
/ 오현화(『영상문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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