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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온라인 마케팅, 시네티즌을 기반으로 한 한국영화의 무한상승.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니라, 넉넉잡아 10년전만 해도 ‘한국영화는 절대 보지 않는’ 사대주의 물결이 엄연히 존재했다.
한국영화의 급조된 듯한 엉성한 시나리오와 조악한 연출과 편집, 구태의연한 주제의식 등 한국영화 기피자들의 주장대로 한국영화는 허술했다.
미봉책으로 스크린쿼터제를 실시하여 한국영화를 보호해야 할만큼 한국영화는 총체적인 위기였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지난해 국내영화 점유율은 52.9%로 절반을 넘어섰고, 2004년 1분기에는 72.6%를 기록했다. 한국의 자국영화 점유율은
세계3위이다. 한국영화만 보는 부류들이 생겨날 만큼 판세는 뒤바뀌었다. 이러한 상황이 비단 자국영화산업을 지켜내려는 애국심의 발로가 아니라는
사실은, 최근 유수의 세계 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가 선전하고 있다는 것으로 반증된다. 물론 한국영화가 이러한 국제적 입지를 확보하게 된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한국영화의 해외영화제 수상사를 간략하게 살펴보면, 1956년 이병일의 『시집가는 날』로 제4회 아시아 영화제 특별희극상 수상한
것이 최초이다. 이후 1959년 김기영의 『십대의 반항』이 제4회 샌프란시스코 영화제 소년 특별연기상을 수상했으며, 1965년 신상옥의
『청일전쟁과 여걸 민비』가 제13회 아시아 영화제 남녀주연상을, 1980년 이두용의 『피막』이 제38회 베니스 영화제 6인의 감독상을,
1983년 이두용의 『물레야 물레야』가 제37회 칸 영화제 ‘un certain regard’ 부문상을, 1985년 하명종의 『땡볕』이 제21회
시카고영화제 촬영상을, 1986년 임권택의 『씨받이』가 제44회 베니스 영화제 최우수여우주연상을, 1988년 임권택의 『아제아제 바라아제』가
제16회 모스크바영화제 최우수여우주연상을, 배웅균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이 제42회 로카르노영화제 작품상·감독상·촬영상·비평가상을
수상했다.
이후 90년대로 접어들면서 국제영화제에서 괄목할 만한 진전을 보여주는데, 1992년 정지영의 『하얀전쟁』이 제5회 도쿄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을, 1993년 장선우의 『화엄경』이 제44회 베를린 영화제 알프레드바우어상을, 1994년 정지영의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가
제42회 산세바스찬 영화제 국제 영화평론가상을, 김흥준의 『장미빛 인생』이 제16회 낭트 3대륙영화제 최우수여우주연상을, 1998년 이광모의
『아름다운 시절』이 제11회 도쿄영화제 금상을, 1999년 송일곤의 『소풍』이 제52회 칸느영화제 단편영화 경쟁부문 심사위원 대상과 제48회
호주 멜버른영화제 대상을, 2002년 임권택의 『취화선』이 제55회 칸 영화제 감독상을, 이창동의 『오아시스』가 제59회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과
신인배우상을, 그리고 2004년 박찬욱의 『올드보이』가 제57회 칸느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이처럼 빠르게 되돌아봐도 한국영화에 대한 국제적 인지도는 꾸준한 내공을 축적한 결과이지, 하루아침에 구세주를 만나 천지개벽한
결과가 아니다. 특히 한국영화 붐에 대한 일련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영화의 이러한 성공요인으로 우수한 인력 인프라, 풍부한 자본, 치밀한
시나리오와 배우의 연기력, 효과적인 마케팅, 멀티플렉스 극장의 성행, 효율적 배급망 구축, 관객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등 일곱 가지 요인을 들고
있다.
이 중에서 멀티플렉스 극장과 관객의 문제는 실질적인 중요성을 갖는다. 멀티플렉스 극장은 다양한 편의시설과 최첨단 장비, 오락
공간 등의 다양성을 갖추면서 과거 단순히 영화만을 관람하던 시대에서, 영화도 관람하는 시대로의 변화를 유도했으며, 관객들도 정보 공유를 통해
영화에 대한 다양한 사전 지식을 갖추고 영화를 관람하고 비평하는 문화가 정착되고 있으며, 이러한 제반 요인으로 인해 영화를 통해 취미생활을 하는
영화 인구의 폭을 넓혔다.
물론 이러한 자축 분위기에 지나치게 편승하다 보면 분명 우려의 시선도 있기 마련이다. 소위 ‘대박용' 영화에 대한 작품성의
문제에서부터,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의 연령층이 하향 조정되면서 천편일률적인 영화장르가 우후죽순처럼 양산되는 부작용과 영화를 제대로 관람할 수
있는 수준의 하향세가 두드러진 거도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문화는 사회적 생명체로서 생성되고 성장하고 소멸하고 또한 세대를 거쳐 부활하기도 한다. 모든 문화는 폐쇄적이면서
개방적이고, 보수적이면서 진보적이다. 이처럼 문화는 살아 움직이기 때문에, 거시적으로 이 모든 현상들은 문화의 자정작용으로 볼 수 있다. 오늘의
한국영화는 어제의 한국영화가 심약한 내공과 부실함을 딛고 절차탁마하여 이룬 성과이다. 따라서 올해 칸느에서 날아온 『올드보이』의 낭보는 단발성의
쾌거가 아니라, 앞으로 디지털 시대 초고속 네트워크의 인프라를 통해 완벽하게 구축된 온라인 마케팅과, 정보공유의 속도전에 익숙한 젊은
시네티즌(Cinema+Netizen)의 지지를 기반으로 한국영화의 무한상승 활주로의 완공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 조은하(영상문학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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