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되는 것은 하늘의 뜻이라 했는데 본교에서 또 한 명의 시인이 탄생했다. 문예지 『시안』의 13회 신인상 공모에서 ‘첫 눈'이라는 작품으로 응모해 신인상을 수상한 김원국(국문·4년)씨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2003년에 본보 리포터로 ‘시인들과의 만남'을 취재했던 그가, 이제 명실 공히 ‘시인으로 다시 태어나' 기자 앞에 선 것이다. 노랗게 염색한 긴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나타난 그에게서는 어느새 시인의 범상치 않은 분위기가 풍겼다.

  이번 공모에서 당선된 시의 소재는 ‘창녀’다. 위협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하는 욕구의 표출과 때로는 거짓으로 느껴지는 욕구의 자제를 통해 삶의 고통을 벗어난 창녀를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현실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이 작품 외에도 별, 혹성 등 우주의 느낌에서부터 만화적인 느낌에 이르기까지 무궁무진한 소재들을 다뤘다.

  “제 시가 서투른 작품이라는 말을 꼭 남겨두고 싶네요” 김씨는 자신의 작품을 평가함에 엄격했다. 하지만 시 창작에 대한 의지와 자신감은 엄청났다. “아직 다룰 소재, 하고 싶은 이야기, 시도해 볼 형식이 많아서 완성도 높은 작품은 나중에야 지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솔직하면서도 겸손하게 말했다.

  그의 시의 소재는 본인 주변에 관한 세심한 관찰과 다양한 경험에서 나온다. 실제로 그는 ‘2003 마임축제'에서 공연한 마임 배우이기도 하다. 또 그는 2003년에 본보 리포터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이전에는 승마장, 빵집, 출판사무실, 주유소, 학원강사 등 다양한 일을 섭렵했다. 심지어 단란주점 아르바이트까지 했다고 한다. 시만큼이나 참으로 독특한 인물이다.

  “단란주점에서 일할 때 폭행, 약물복용 같은 사회의 어두운 모습을 많이 봤죠”라고 회상하는 그는 어두운 사회를 보며 세상을 균형잡힌 눈으로 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밝음과 어두움이 항상 공존하는 사회에서 밝음만을 보고, 밝음만이 있다고 믿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가지 예를 더 들었다. 춘천 명동에 위치한 맥도날드에서 이같은 모습은 극명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맥도날드 유리를 경계로 안과 밖의 모습을 자세히 살피면 흥미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돼요. 행복한 이미지를 호소하는 맥도날드와 그 안을 가득 채운 젊은이들, 노랗고 산뜻한 색상의 내부를 보다가 눈길을 밖으로 돌리면 정반대의 풍경을 보게 되지요. 쥐포, 옥수수를 파는 노인들이나 노래하는 장애인의 어두운 모습 말이죠" 그 경계에서 안과 밖을 비교해 보고 있노라면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마구 솟아난다는 것이다.

  김원국씨는 시의 상상력과 관련해 “시에 필요한 긴장감을 느끼기 위해 일부러 도둑질을 해 본 적도 있었어요. 긴장감을 느끼기 위해 이보다 더 한 경험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한다. 다소 도발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다양하고 극단적인 경험을 해야 좋은 글과 시를 쓸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인 것이다. 이처럼 김씨의 다양한 경험과 사물을 깊게 바라볼 수 있는 관찰력은 시를 창작하는 데 더욱 큰 힘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시를 잘 쓰기 위해 하지 않는 일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드라마를 보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보고 공감하는 드라마는 다양하게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을 없앤다는 것이다. 김씨는 한 술 더 떠 “똑같은 공부, 똑같은 친구, 똑같은 술자리 등의 반복되는 일상을 탈피하라"고 충고했다. 앞으로 카피라이터를 직업으로 갖고 싶다는 그는 “일단 목표를 그렇게 잡았다"며 “해보고 그게 아니면 또 다른 직업에 도전할 것"이라고 태연하게 대답했다.

  오로지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는 그의 이런 모습은,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알고 실천하는 데서 오는 여유인 것이다.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김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