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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하루] 소사 가는 길, 잠시신용목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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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4.11.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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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사 가는 길, 잠시 (신용목)

시흥에서 소사 가는 길, 잠시
신호에 걸려 버스가 멈췄을 때

건너 다방 유리에 내 얼굴이 비쳤다

내 얼굴 속에서 손톱을 다듬는, 앳된 여자
머리 위엔 기원이 있고 그 위엔

한 줄 비행기 지나간 흔적

햇살이 비듬처럼 내리는 오후,
차창에도 다방 풍경이 비쳤을 터이니

나도 그녀의 얼굴 속에 앉아
마른 표정을 다듬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당신과 나는, 겹쳐져 있었다

머리 위로 바둑돌이 놓여지고 그 위로
비행기가 지나가는 줄도 모르고

  참 많은 유리들이 있습니다. 베란다의 창문과, 가게들의 입구와, 지나가는 차들에, 모두 유리가 있습니다. 옛날엔 유리가 없었을 텐데, 언제부터 이렇게 유리로 가득한 세상이 되었을까 궁금해 지기도 합니다.   그 많은 유리들은 세상을 자꾸 두 겹으로 겹쳐 놓습니다. 미장원 통유리를 통해 머리카락을 열파마 기계에 올려 달아 놓은 여자를 보다가 저는 어느 순간 유리에 비친 제 머리 모양을 보기도 하고, 베란다 창밖으로 하늘을 보며 날씨를 살피는 동시에 제 옷차림이 오늘 날씨에 적당한가 유리에 비쳐보기도 하지요. 유리를 통해 ‘보이는’ 저 바깥과, 유리를 통해 ‘보는’ 저 자신이, 언제나 함께 합니다.

  이 시 속의 유리들은, 그냥 겹침을 넘어, 누군가를 누군가의 얼굴 속에 살게 만드는군요. 다방 유리엔 내 얼굴이 비치고, 다방 안의 ‘앳된 여자’는 다방 안의 의자에 앉아 있는 동시에 내 얼굴 속에도 앉아서 손톱을 다듬고 있습니다. 버스 유리엔 그 앳된 여자의 얼굴이 비치고, 버스에 앉아 어딘가로 가는 내 표정은 그 여자의 얼굴 속에 있기도 합니다. 잠깐 스치는 동안, 모르는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 속에 둥지를 틀었나 봅니다. 물론 아주 잠깐이었겠지요. ‘한 줄 비행기 지나간 흔적’이 금세 사라지듯, 그리고 머리 위로 놓여지는 ‘바둑돌’들의 검고 하얀 무늬가 곧 무너져 버리듯 말입니다.

/ 신지연 (시인, 기초교육대학 교양작문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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