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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하루]단 한 사람이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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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4.12.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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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사람 (이진명)

가스레인지 위에 두툼하게 넘친 찌개국물이 일주일째 마르고 있다
내 눈은 아무 말 안 하고 있다
내 입도, 내 손도 아무 말 안 하고 있다
별일이 아니기에, 별일이 아니기도 해야 하기에
코도 아무 말 안 하고 있다
그동안 할 만큼 하더니 남처럼 스치고 있다
가스레인지 위에 눌어붙은 찌개국물을
자기 일처럼 깨끗하게 닦아줄 사람은 언제나처럼 단 한 사람
어젯날에도 그랬고 내일날에도 역시 그럴 너라는 나,
한 사람 우리 지구에는 수십 억 인구가 산다는데
단 한 사람인 그는 그 나는 별일까 진흙일까

  가스레인지 위로 넘친 찌개국물만이 눌러붙은 채 말라가고 있겠습니까. 방 모퉁이에 하얗게 앉아있는 먼지를 보면 걸레로 닦는 대신 날리지 않도록 조심조심 걷곤 합니다. 벗어놓은 바지에는 서 있던 다리 모양이, 개키지 않고 몸만 빠져나온 이불에는 누워 있는 몸의 모양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도 합니다. 아주 자주 그렇게, 먹은 흔적과 입은 흔적과 잠잔 흔적을 남겨두고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갑니다. 치우기 싫어하는 ‘귀차니스트’들 대부분의 삶의 방식이지요.

  그러다가 문득, 저 흔적들은 내 손을 타야 하는 거구나, 하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게을러서 한 달에 한 번 걸레질을 하건, 깔끔해서 방바닥에 머리카락 한 올 떨어지는 걸 못 견뎌 하건 말입니다. 만들어진 삶의 흔적인 찌개국물과 흘린 커피와 이부자리 따위를 지우고 정리하는 “단 한 사람”이 바로 나임을 깨달을 때, 엄마가 아니라 바로 내 자신이 그 흔적들의 주인임을 인정할 때, 우리는 그제서야 진정한 “단 한 사람”으로 세상에 존재할 수 있게 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신지연(시인, 기초교육대학 교양작문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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