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교양
[시가 있는 하루]배
김원국 작가  |  diedlion@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05.03.08  00:00:00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배 (김종국)

어머니가 사준 꺼먹 고무신 한 켤레
그 배를 타고 건너지 못할 강은 없다
까맣게 타버린 어머니 속내 말고는,

  집에 돌아가 나이키 농구화를 벗어 손에 들고 신발장 문을 열면, 나이키, 리복, 퓨마 운동화와 샌들, 그리고 금강구두가 한 켤레 이미 들어있다. 그리고 신발장 가장 밑바닥에 어머니의 남대문표 등산화가 먼지 쌓인 채 구겨져있다. 초등학교 때 주입교육의 생산물로서 툭 하면 써먹던 소재가 어머니의 손과 발, 그리고 신발이었다.

  그렇지 않은 어머니들도 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당시에 나는 대한민국 모든 어머니들이 한 켤레 신발을 닳고 닳도록 신는 줄 알았다. 신년 새 학기를 맞으면 누구라도 봄옷과 새 신을 마련하고 싶어진다. 진부한 얘기를 하는 것은 딱, 질색이지만 새 학기일수록 진부한 것들이 잘 어울린다. 입학식, 노란색, 개나리, 스무 살, 그리고 어머니. 모두가 진부한 것들이다.

  각종 뛰어난 운동선수를 후원하는 뉴발란스 신발에서는 찬란한 영광이 자르르 흐르는 듯 하다. 그러나 만약, 이 신발을 누군가의 어머니가 돈을 벌어 사주었던 것이라면, 새 신발 탄성 밑에는 터벅거리며 눈길과 8월 햇살을 비집던 어머니의 거친 걸음이 있어 신발의 중력 치를 높일 지도 모른다. 그 신을 신고, 뛰지 못할 곳은 없을 것이다. 까맣게 죽어버린 어머니의 발등 말고는.

  고무신을 배로 비유하는 위 시는 대단히 흔한 표현을 하고 있지만, 2연에서의 ‘건너지 못할 강’과 3연의 ‘어머니 속내’가 잘 어울린다. 특히 “내-”를 발음할 때 깊은 곳에서 마음이 아프다. 새 학기에는 서로서로 뽐내듯이 차려입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고, 교내에 들뜬 분위기를 형성한다. 다만, 지금의 내게 가장 갖고 싶은 신발이 뭐냐고 묻는다면, 하도 안 빨아서 발 냄새가 풀풀거리던, 하도 빨아서 가죽이 뒤틀리고 밑창이 솟던, 아주 오래 전 내다버린, 어머니가 돈 벌어 사준 신발이라고 할 것이다.

/ 김원국(시인·국문과 2005년 졸업)

김원국 작가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인기기사
1
[보도] 한림대 수시모집 경쟁률 5.09대 1로 ‘3년 만의 상승’
2
[보도] 2023학년도 국가장학금 신청, 재학생 1차 필수
3
[보도] 코앞으로 다가온 졸업, ‘유예 신청’ ‘심사료 납부’
4
[보도] 4차 동아리 대표자 회의로 ‘유종의 미’ 거둬
5
[보도] 겨울밤을 수놓은 하나의 목소리, ‘한림합창단 정기공연’
6
[보도] ‘창의적인 아이디어’ 캡스톤 경진대회 실시
7
[기획] 1년 만에 부활한 총학, 4곳서 연장투표도 진행돼…
8
[선거특집] “학우들의 선택에 부응하는 학생회가 되겠다”
9
[선거특집] “내년에는 어느 해보다 빛나는 대학을 만들겠다”-학생회 당선인 한눈에 모아보기 1
10
[선거특집] “내년에는 어느 해보다 빛나는 대학을 만들겠다”-학생회 당선인 한눈에 모아보기 2
신문사소개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24252 강원도 춘천시 한림대학길 1 캠퍼스라이프센터 9-308호 한림학보사
제보 및 문의 : news@hallym.ac.kr / 033-248-287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지혜수(간사)
Copyright © 2005 한림학보. All rights reserved. news@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