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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하루]소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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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5.04.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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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들 (이장욱)

오전 열한 시에 나는 소리들을 흡수하였다.
오전 열한 시에 나는 가능한 한 시끄러웠다.
창문을 열고 수많은 목소리가 되었다.
나는 음속으로 변형되었다.
네 안에 들어가서 삼십 초 동안의 기억이 되었다.
비 내리는 어머니의 썩어 가는 몸을 흘러갔다.
나는 소문이 흩어지는 무한한 형태가 되었다.
침묵하는 허무주의자들을 혐오하였다.
혈관 속을 지나가는 피와 피의 현란한 각도,
아이들이 자라는 소리,
우유가 상해가는 소리,
나는 무성영화 속의 주인공이 가장 크게 벌린 입이 되었다.
오전 열한 시에 나는 귀를 막았다.
오전 열한 시에 나는 눈을 닫았다.
나는 완벽하게 침묵하였다.

  우유를 따라둔 채 그냥 외출할 때가 있습니다. 돌아와보면 집에는 아무도 없고 우유는 여전히 유리컵 속에서 고요하지요. 햇빛이 각도를 바꾸며 식탁을 지나갔을 테고 전화벨이 몇 번 울렸을 테지만, 저 짙은 하얀 색은 변한 것이 없습니다. 다만, 집안의 사물들이 ‘우유가 상해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을지도.

  오전 열한 시의 이 사람은 소리가 되어, 혹은 소리의 직전과 직후가 되어 곳곳으로 흩어집니다. 창문 밖의 수많은 목소리, 누군가의 삼십 초 동안의 기억, 어머니의 썩어가는 몸과 흙과 빗물의 순간들, 입에서 입으로 옮아가는 소문들의 이음새, 화면 속 어딘가에 갇혀버린 무성 영화 속의 비명들. 그리고 오전 열한 시의 이 사람은 아이들이 자라는 소리가 되고, 우유가 상해가는 소리가 됩니다. 아무도 없는 우리집에서도 그렇게 머무른 것이겠지요. 컵 속의 저 고요한 하얀 색 안에서 말입니다. 문득 저에게도 그 소리가 들린 것 같습니다.

/ 신지연(시인, 기초교육대학 교양작문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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