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칼럼을 시작하면서 단순한 만화소개는 가급적 피하려고 애써왔다. 단순한 책소개로는 당초 칼럼을 시작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번 학기 동안 연재한 만화 칼럼 가운데 한번은 좋은 만화에 대한 소개를 해줘야 직성이 풀릴 것 같다.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서다. 지금부터 2주간에 걸쳐 소개하는 만화 11편은 재미와 더불어 확실히 ‘뭔가'를 느끼게 해주는 명품들 중 명품들이다.(순위는 단순한 번호임)

1. <간츠>

  지하철로 사이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한 고딩이 간츠라 불리우는 생명체가 있는 방에 들어가 부활(?)하게 되는데 간츠로부터 외계생명체를 죽이라는 제안을 받는다. 외계인을 죽이고 오면 활약 여부에 따라 점수가 부여되는데 계속되는 미션을 통해 총점수가 100점이 되야 비로소 간츠에서 탈출해 완전한 부활을 이룰 수 있다. 주인공은 현세로 돌아와 평소에 잘 지내다가도 간츠가 강제 소환하면 무조건 미션에 참가해야 한다. 외계 성인 죽이는 일에 불참하면 머리 속의 폭탄이 터져 버리기 때문이다. 스토리가 난잡한 면이 없잖아 있지만 그림체가 상당히 맘에 든다. 작가는 완전 풍만미소녀 적극추구스탈이다. 메시지는… 별로 없지만 상상력을 심각하게 자극하는 만화다.

2. <오늘부터 우리는>

  학원코믹물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최고의 만화로 뽑는데 주저하지 않는 이유는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극강의 코미디 설정이 보는 이로 하여금 배꼽빠질 정도의 폭소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한승태란 고딩이 주인공인데 세상에서 가장 비열하고 얍실하지만 웬지 미워할 수 없다. 보면 안다.

3. <신 암행어사>

  필자는 한국만화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그러나 신암행어사는 필자가 이제껏 보아온 어줍잖은 일본만화보다 몇 백배 뛰어난, 한국에서 이런 만화가 나올 수 있다는게 신기할 정도의 작품이다. 최근에는 필자의 예상대로 대박신드롬을 이어가고 있다. 쥬신 제국이 망하면서 혼란에 빠진 세상을 평온하게 하기위해 세상을 돌아다니는 암행어사의 이야기인데 한국 전통 이야기들을 적절하게 가미해 한류를 널리 알리는데 단단히 일조하고 있다. 그림 수준은 그야말로 극강. 섬세한 붓터치와 인물들의 표정 전달이 아주 훌륭하다. 스토리도 주인공의 라이벌이 슬슬 등장하는데다 주인공의 보디가드였던 여자가 라이벌에 붙으면서 긴장감있게 진행되고 있다. 아직 완결되지 않아서 더욱 기대되는 작품.

 4. <데스노트>

  최신 명작반열에 오를 후보 중 일순위다. 특이한 그림체는 말할 것도 없이 내용도 신선하다. 죽음을 관장하는 사신 중 한 명이 일명 살생부로 불리우는 데스노트를 인간세계에 떨어뜨린다. 데스노트는 죽이고 싶은 이름을 쓰면 바로 돌아가시는 사신의 살인 명부이다. 매너리즘에 빠진 수재 고교생이 우연히 이 노트를 줍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세상을 정화시킨다는 숭고한(?) 이념 아래 세상의 악질들을 데스노트에 적어나가기 시작하고 전세계의 경찰들은 최고의 탐정으로 하여금 이 사건을 맡게 한다. 쫓는자와 쫓기는자. 숨막히는 두뇌싸움이 피한방울 나오지 않는 이 작품을 명품으로 만들어 버린다.

5. <바스타드>

  환타지 세계를 그린 만화 중에 바스타드를 빼놓을 순 없다. 스토리는 정말로 난잡 그 자체다. 초반엔 이해가 되는듯 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해괴해 지는게 이해가 불가능할 정도지만 그래도 이 만화를 빼놓을 수 없는 이유는 바로 그림 때문이다. 모든 만화를 두고 비교해 볼 때 최극강, 최정점에 서있다 할 수 있다. 그림을 보는것 만으로 눈이 즐거운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