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미켈란젤로 손에 온 ‘거인석’. 3년간 홀로 작업하여 완성
스케치 보폭 넓고 운동감 컸으나 길쭉한 대리석 형태에 맞줘 수정

  한림대학교 성호관 앞 씨알의 터에 서있는 다비드상은, 이탈리아 프로렌스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미켈란젤로(1475~1564)의 원작을 이탈리아 조각가 칼로 니콜리가 원형 실물대로 만든 복제상이다. 故 윤덕선 설립자가 이를 기증, 1987년 6월 29일 한림대학교에 세웠다.   이탈리아에 있는 원본 <다비드>상은 1501년 8월 피렌체 대성당의 의뢰를 받아 미켈란젤로(Michelangelo Buonarroti: 1475~1564)가 1504년에 완성했고, 1873년 이후 지금까지 이탈리아 피렌체의 아카데미아 미술관(Galleria dell'Accademia)에 소장, 전시되고 있다.

  미켈란젤로는 13세때 미술가가 되기 위해 당시의 거장 키를란다이오의 문하에 들어간다. 이곳에서 3년간 수업후, 당시 피렌체의 군주와 같던 메디치家의 로렌초의 눈에 들어 그의 집안에 있는 조각교실에서 일생의 천직이 될 조각을 배우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메디치가와의 인연은 일생동안 이어지나, 미켈란젤로는 1492년 로렌초가 죽자 화가 미칠까봐 급작스런 불안감에 볼로냐로 도망을 갔다.

  1946년부터 그는 로마에서 5년간을 보내게 되는데 여기에서 대가로 인정받게 될 <박카스>와 <피에타>를 만들었다. 이것들은 고딕양식 이후 많은 조각가들이 집요한 탐구와 투쟁 끝에 쟁취한 르네상스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인데, 특히 <피에나>는 강열한감정을 고요하고 품위있게 승화시킨 걸작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이 <피에타>의 성공으로 미켈란젤로는 일약 대가로 발돋움한다.

  1501년 봄, 고향 피렌체로 돌아온 그에게 거대한 대리석 덩어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다비드>상이 된 돌덩이로, 그가 일생동안 추구하게 될 남성누드에 대한 고된 여정을 열어준 돌이었다. 길이가 5미터에 가까운 이 대리석은 유명한 카라라 채석장에서 갖고온 것으로 사람들이 ‘거인석'이라고 불렀다. 이것은 원래 산타 마리아 델리 피오레 성당 내부에 예언자상으로 안치될 예정으로, 미켈란젤로가 태어나기 전인 1466년에 아고스티노 디두치오라는 조각가에게 의뢰했으나 소송문제로 손을 떼고, 1474년에는 다시 안토니오 로젤리노에게 맡겨졌으나, 또 무슨 사정으로 중단된 채 성당 작업장에서 1501년까지 방치돼 있었다. 성당에서는 다시 이 돌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고자 하고, 담당 작가로 산소비노와 레오나르노 다빈치같은 몇몇 작가를 대상으로 삼았는데 결국 금의환향한 신예작가 미켈란젤로에게 맡기기로 했다.

  그 해 9월 9일 첫 망치질과 함께 그의 생애에 기념비적인 작품이 될 <다비드>가 돌 속에서 깊은 잠을 깨기 시작했다. 미켈란젤로는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안의 작업장에서 대리석 주위에 아무도 보지 못하게 가건물을 세우고 주로 혼자 일을 했다. 이때 만든 모형과 스케치(사진)가 남아있는데, 현재의 완성된 작품보다 보폭을 넓게 잡고 운동감이 더 큰 것을 볼 수 있다. 전체적 형태와 운동감은 그가 몇해전에 제작한 <헤라클레스>나 <박카스>와 유사한데, 지금과 같은 정적인 자세를 택하게 된 것은 주어진 대리석의 형태가 길쭉한 형태로 되어있어 차라리 수직적인 고딕식 작품에 어울리는 모양을 갖고 있었다. 그가 <다비드>를 위해 남긴 스케치에는 전신상의 힘찬 오른팔의 드로잉이 있으며 그 옆에는 지금도 선명하게 몇줄의 글귀가 써 있다.

  “다비드는 투석기를 가졌고 나는 활을 가졌다" - 미켈란젤로

  3년이 지나 1504년 1월25일 <다비드>가 일단 완성되었다. 그리고 시에서는 이 상을 설치하는 문제를 위해 35인의 위원회를 만들었는데, 당대의 예술가들이 총망라돼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안드레아, 보티첼리, 립피, 코지모, 페루지노 등의 대가들이 그들이다. 설치장소에 대해 어떤 사람은 성당의 계단이나 벽에 놓자고 하고, 어떤 이는 시뇨리아 광장에 놓자고 주장했다. 의견이 분분하자 립피와 코지모가 작가에게 일임하자는 의견을 제시해 결국 위원회에서도 미켈란젤로의 견해를 존중하기로 결정했다. 미켈란젤로는 “<다비드>에게 필요한 것은 밝은 태양"이라고 주장하여 자연관 밑에서 여러 방향에서 감상할 수 있게 파라초 베키오 앞에 있는 테라스에 설치하기로 했다. 이곳은 피렌체에서 유서깊은 곳으로 도나텔로의 <쥬디스>상이 있는 광장이다.

  5월 14일 엄청난 크기의 <다비드>상의 운반을 시작했다. 운반기사들은 이 귀중한 걸작을 다치지 않게 밧줄로 공중에 매달은 채 청사앞까지 조심스럽게 운반해 갔는데, 얼마나 신중한 작업이었던지 빤히 보이는 곳까지 옮기는데 4일이나 걸려 18일 정오에야 도착했다. 그날밤은 불의의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엄중한 경비를 했는데도 메디치家 사람들이 투석을 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다행히 <다비드>는 무사했고 범인들은 체포되었다. 그 후에도 <다비드>상은 몇번의 수난을 당했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1527년 메디치家의 추방 소요때 돌에 맞아 허리 부분과 왼손에 손상을 입어, 프란시스코 사루비아테가 이 파편들을 모아서 수리했으나 지금도 그 흉터가 남아있다.

  <다비드>상은 오른편 다리에 힘을 주고 왼편 다리는 편히 쉬는, 기원전 5세기에 그리스에서 생긴 소위 콘트랍포스토(Contrapposto)라는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오른팔은 아래로 펴고 왼손은 어깨위로 올려 물래돌을 숨기고 등뒤로 처진 가죽띠를 잡고 있다. 골리앗이 저만치 앞에 달려오는데 이제 그는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다. 신체는 편안한 모습을 보여 주지만 이미 손에는 돌을 들고 살의를 품은 그 눈은 날카롭게 상대를 노려보고 있으며, 격렬한 내면의 감정으로 양미간은 잔뜩 찌푸려져 맹수의 표정과 같다.

  이 작품의 미술사적 공로는 첫째, 조각을 건축에서 완전히 독립시킨 것이고 둘째, 밝은 광선을 요구하는 야외조각으로의 제일보를 디딘 것이며 또한 광장에서 주변환경과의 적극적인 조화를 꾀하는 환경조각으로서의 가치가 크다. 또한 조국 피렌체의 위기에서 향토애적 열의와 굳센 의지로 르네상스시대 최대의 걸작을 탄생시킨 점은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