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 21세기 발전 계획이 여러 가지 산고 끝에 일차 마무리되었다. 합숙 워크샵까지 포함해서 여러 차례의 회의와 퇴고 끝에 “정상을 향한 제2의 도약”이라는 제목으로 안이 완성되었고 지난 8월말 전체 교수 하계 세미나에서 공개되어 빈 부분을 채우고자 하는 작업을 했다. 계획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의견 수렴이 있어야겠고 그런 의미에서 지난 호(282호) 학보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의견 개진이 있었지만 이번 호에서도 한가지 문제를 더 제기해보고자 한다.

  발전 계획이 궁극적인 목표로 잡고 있는 “위대한 명문 사학”의 도달 방법에 대한 생각이다. 보고서는 명문사학의 내용으로 향후 10년 후에는 외부기관의 대학 종합평가가 5위권 수준으로 올라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외부 평가 5위가 되면 한림대가 명실상부한 명문 대학이 되는 것일까? 이것이 문제의식이다. 예컨대 한림대에서 외부 평가기관의 종합평가에서 5위를 받았던 학과의 입학성적이 당시 5위였거나 그 후 5위로 올라섰는가. 한림대학 전체에 대한 종합평가가 16위였을 때는 어떠했는가. 명문이 되겠다는 이야기에 구태여 입학성적을 끌어들이는 의도는 외부의 종합평가에서 어느 대학이 몇 위를 했다는 것과 일반인들이 그 대학을 한국에서 몇 위로 생각하느냐는 전혀 다르다는 사실에 이유가 있다.

  일반인들의 평가는 역시 몇 점의 학생들이 그 대학에 들어가는가를 가지고 학교의 명문여부를 따진다. 입학성적이 입학성적을 부르는 순환과정을 통해 명문이 유지되거나 새로이 명문이 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포항공대의 설립과정에서 초대 학장을 맡은 분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의 만류를 무릅쓰고도 당시 학력고사 성적 280점(340점 만점) 이상의 학생으로 지원자격을 제한하는 ‘대모험’을 감행한 점은 학교가 명문으로 되기 위한 핵심적인 관건이 어디에 있느냐를 정확히 간파한 탁월한 선택이었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에 내놔도 손색없는 이런 대학에 우수한 학생들이 지원하지 않는다면 우리 나라의 미래는 없다. 단 한 명이 입학하더라도 학교의 문은 열겠다’며 의지를 굽히지 않았던 결단이 오늘날 ‘명실상부’한 명문의 초석이 되었던 것이다. 한림대학의 발전계획에서도 이러한 사실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한다.

  학생을 잘 가르치기 위해 어떤 환경을 만들겠느냐 에 생각을 모으고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발전 계획에서는 장기발전 비전으로 제시된 세 가지 축 즉 ‘인재를 중시’하고 ‘학생을 아끼고 잘 가르’치며 ‘세계화 정보화에 대비하고 특성화를 추구’하는 과정을 통해 “위대한 명문사학”에 도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노력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어쩌면 상당부분 준비가 되어왔고 의지가 있는 한 곧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좋은 학생 유치는 이와는 별도의 노력이 필요한 문제이다. 좋은 학생의 유치와 유리된 외부의 평가는 일반인들의 인식에서뿐만 아니라 학내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역시 공허한 내용으로 비춰지기 마련이다. 교수들의 끊임없는 이직도 이러한 공허함에 일정부분 근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