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대학의 성년을 맞아 재단과 대학본부는 대학발전을 위한 제 2의 도약 의지를 내비쳤다. ‘한림 21세기 발전전략’이 그것이다. 여름부터 한 학기 내내 지속된 연구위원회 회의에 학내 각 구성원들을 대표해 참여한 위원들은 대학발전을 위한 미래지향적 과업들을 구상하기 위해 머리를 모았다.

  국제화·정보화를 주요 골자로 하는 이번 발전전략의 세부 계획안은 정보네트워크 기반의 교육·연구체제 확립, 우수교수 확보와 연구의 수월성 제고, 국제화 전략 방향 정립과 과제 도출을 주요 목표로 두고 수립됐다. 아직 완성된 안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그 동안의 진행과정에서 논의된 사안들과 현재 시행에 들어간 사안들로 미루어 봤을 때 여러 가지 발전적인 측면들이 눈에 띈다.

  하지만 그 동안의 발전전략들이 그러했듯이 어느 정도 추진되는 과정에서 다시 새로운 계획안이 제출되고, 이전의 방대한 논의들이 휴지조각으로 바뀌어버리는 것에 대한 우려 역시 완전히 감출 수는 없다. 이러한 우려는 올해 들어 새학기를 맞이한 가운데 그 구체적인 추진 움직임이 모호한 상황에서 더욱 심화됐다.

  본사에서 창간 20주년을 맞아 진행한 발전전략 중간 점검 과정에서 많은 부분들이 이미 가시적으로 계획돼 있거나 집행안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임을 알 수 있었다. 이런 것들이 진작 학내 구성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지 못했던 것은 신임 총장 부임에 따른 재검토 과정과 실무상의 문제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각각의 학내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그 과정에 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것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원인 가운데 하나이다. 현재 교수사회는 재단 측에서 발표한 ‘연봉제(급여 체계 개선)와 독립채산제’ 문제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고, 학생사회는 해마다 크게 부각되는 학생자치 위축 문제와 더불어 총학생회 구성 실패에 따른 여파로 인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직원사회의 경우 재단이나 대학본부의 정책에 대해 크게 입장 표명을 하지 못했던 그 동안의 모습이 지속되고 있다. 상황이 어렵다고는 하나 더욱 깊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대학 내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이다. 이번 발전전략의 초기 논의 과정이 이미 완성된 계획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정도에 그쳤던 것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현재 우리 대학에는 학내 모든 구성원들의 대표들이 참여한 가운데 대학의 운영을 논의하고 중요 사안들을 결정할 수 있는 의결기구가 없다. 대학발전추진위원회가 가장 상위의 논의기구로서 위치하고 있으나 이 역시도 총장의 자문기구에 불과한 실정이다. 교수 처우문제에 대한 교수평의원회 차원의 대응이나 등록금 인상에 대한 학생들의 ‘춘투’가 성공할 수 없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기인한다. 발전전략의 중요성은 이에 비할 수 없다. 우리 대학 및 대학 구성원 모두의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만큼 중대한 것이다.

  이에 대한 논의과정 및 실행과정에서 구성원 모두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학은 지금 중요한 분기점에 서있다. 이번 발전전략이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인지 실효성 없는 계획으로 그칠 것인지는 우리 대학 구성원 모두의 손에 달려 있다. 다행히 이후 실행과정에 구성원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된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구성원 모두의 적극적인 참여가 시급히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