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를 읽거나 쓸 줄 모르는 사람을 문맹이라고 한다. 우리 나라의 문맹률은 약 2%로 세계적으로 문맹률이 낮은 나라 중 하나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 나라 전 국민이 한글을 거의 다 알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우리는 분명 문화 국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팻말에 쓰인 문구에 대해서는 그 사정이 다르다. 특히 ‘주차금지’, ‘통행금지’, ‘흡연금지’, ‘출입금지’ 등과 같은 규제성 팻말에 대해서는 눈 뜬 장님이 되는 것이 다반사다. ‘과속금지’는 이미 운전자의 머리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일방통행’이 도로명인 줄 알고 거꾸로 달리는 차들도 있으니 할 말이 없다. ‘이곳에 쓰레기를 버리지 마시오’라는 팻말은 어느새 ‘쓰레기장’으로 읽혀 팻말 주위는 온통 쓰레기 불법투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소변금지’ 팻말에는 흘러내린 누런 자국으로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이것이 문맹률 2%를 자랑하는 우리 나라의 현실이다. 군사정권 치하에서 통금시간, 장발단속 등과 같은 온갖 규제의 틀 속에서 살 수밖에 없었던 불쌍한 민족이었기에 “하지 말라”는 문구에 대해서 강한 반감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그리고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조차도 일부이기는 하지만 그들이 스스로 만든 법을 어기는 세상이니 일반 국민이 팻말에 쓰인 금지 문구쯤이야 어기는 것은 그렇게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는 구구한 변명에 불과하며 결코 지금 우리사회의 악습들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건전한 시민사회는 바로 그 구성원들 개개인의 행동 양식들이 모여 올바른 행동 규범이 형성되면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건전한 시민사회를 이끌어 가야 할 우리 대학교 구성원들의 사정은 어떠한가?

  소위 가방 끈이 길어 글 꽤나 안다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 대학교이다. 일반 사람들이 알지도 못하는 심오한 문구들은 분석하면서도 정작 팻말에 쓰인 간단한 문구는 이해를 못한다. ‘금연’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쓰인 팻말 앞에서도 버젓이 담배를 피우고 있으니 눈 뜬 장님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화장실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최근 깨끗하게 새로이 단장된 화장실 바닥에는 담배꽁초와 담뱃불을 끄려고 뱉은 침과 가래가 뒤섞여 발 디딜 틈조차 없다. 온갖 계층의 시민들이 거쳐가는 고속도로 휴게소의 화장실도 이보다는 깨끗하다.

  ‘정숙’이라는 말도 이해를 잘 못한다. 고등학교의 교실붕괴 현상이 대학교에서도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으니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주차금지’, ‘일방통행’ 그리고 ‘잔디보호’ 팻말은 조경에 필요한 장신구로서의 역할 밖에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교에서의 팻말 문맹 퇴치 운동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