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003년 1학기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고, 5월 한 달은 연이은 휴일과 축제기간으로 다소 들뜬 분위기에서 지나가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이번 학기를 마무리를 해 나가는 시기가 된 것 같다. 그러나 이번 학기에는 학내의 여러 가지 이슈로 인하여 편치 않았고, 아직도 논의 중인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우리나라 역시 안팎으로 조용하지 않았다. 얼마 전 컨테이너 운송업자들의 모임인 운송연대의 대규모 파업으로 물류 대혼란 상황에 이르다가 극적으로 타결되는 등, 노조에 기반을 둔 노무현 참여정부는 여러 이익집단의 다양한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오스트리아에서 이익단체의 요구를 지혜롭게 해결한 사례를 기사로 읽었다. 놀랍게도 오스트리아의 도심 한복판에 소각장이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소각장 굴뚝에 매가 둥지를 틀고 있고, 비 온 난간을 휴지로 닦아 보면 먼지는 전혀 없고 맑은 물만 묻어 나왔다. 오스트리아 역시 소각장을 시내에 건설하는데 많은 반대에 부딪쳤지만, 세계적인 한 건축가의 멋진 설계와 완벽한 소각장 배출가스 처리 기술로 그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이렇게 우리 주위에는 공공의 이익을 해치는 개인의 행동이나 집단 이기주의가 팽배했을 때 어떤 문제에 부딪치게 되면,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슬기롭게 해결되기도 하고 때로는 극한 상황으로 치닫기도 한다. 그러면 우리 한림대로 눈을 돌려보자.

  한림대의 당면 과제는 고등학생의 감소에 의한 신입생 미충원과 교수 연봉제 도입이다. 우리들의 문제 역시 학내 모든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해서, 한림대가 발전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물론 신입생 충원인데, 이것을 해결하는데 연봉제를 도입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지 꼼꼼히 계산기를 눌러 봐야 할 것이다. 학생들의 교육에 힘쓰고 신입생을 유치하는데에 연봉제가 해가 되는지 득이 될지 심도 있게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업적 평가에서 뚜렷한 편차를 줄 수 있는 것이 연구 업적이므로, 연봉제를 한다면 최소의 인건비 투자로 최대의 연구 업적을 유도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논문 1편 더 쓴다고 해서 훌륭한 교수진이 있다고 고등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판단할지, 그래서 한림대 지원자가 더 늘어날지 의심스럽다. 예를 들어 정원을 못 채운 학과 교수들은 강의 부담이 적으므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연구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국제적 유명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할 수 있으므로, 부실한 학과 운영과 강의에도 불구하고 높은 연봉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유명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할 경우 이미 일송상이라는 포상제가 있으니, 이것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는데 충분하다고 본다.

  한편, 연봉제를 도입하면 소위 우수한 교수들이 수도권 대학으로 이직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한림대를 떠나는 교수들은 자신의 역량이 한림대에서 충분히 발휘되지 못한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가는 것이고, 남아 있는 교수들은 무능력한 것이 아니라 여기에서도 부족하나마 연구와 교육을 할 수 있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앞에서 예시한 물류대란과 같이 특정 사안에 대해 때로는 극한 대립 상태에 이르기도 하지만, 오스트리아의 소각장 사례와 같이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바람직한 방향으로 슬기롭게 극복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 한림대에서도 이러한 학내 문제들이 충분한 논의와 의견 수렴을 통하여 결정됨으로써 궁극적으로 학생이나 교직원 모두에게 신명나는 한림대, 진정한 의미의 ‘Mighty Hallym’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