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달여의 방학이 지나고 2학기의 시작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다. 새로운 학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교수들은 새학기 강의에 대한 수업준비에 한창이고, 교직원들은 얼마 안남은 개강을 준비하기 위해 학교시설 보수 및 기타 전산작업을 마무리하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학생들은 2003년도 2학기를 별다른 준비없이 맞이해야 할 사정이다. 지금껏 문제시되어 온 학교 홈페이지를 통한 수업계획서 공고가 여전히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현재, 수업계획서가 게시되지 않은 현황을 살펴보면 단과대학별로 의과대학이 56.0%로 수업계획서 게시율이 가장 낮았고 정보전자공과대학, 자연과학대학, 사회과학대학, 인문대학 순으로 각각 93.8%, 83.9%, 81.4%, 79.8% 등의 수치를 나타냈다. 이 중 언론정보학부의 방송통신 전공의 경우 13개의 교과목 중 단 3개의 수업계획서가 게시돼 있었고 영문, 사학, 사회학, 유전공학, 의학전공의 경우 50%를 윗도는 게시율을 보였다.

  주로 신입생들이 듣게 되는 교양교과목의 경우도 이에 못지않은 수치를 나타냈다. 교양선택 과목 총 2백22개 중 70개나 되는 교과목이 수업계획서 없이 방치되고 있어 게시율이 68.4%에 그쳤다. 즉, 교양과목 10개 중 3개 꼴로 수업계획서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이번 학기에도 교과목에 대한 별다른 정보 없이 수강신청을 해야 할 판이다. 학부제가 시행되기 전에는 주변의 아는 선배를 통해 강의에 대한 이런저런 정보를 귀동냥해서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지금은 학제가 학부로 비대화돼 학부 내 선후배간 교류도 예전과 같지 못한 실정이라 그마저도 못할 처지이다.

  우리학교에서 수업계획서 공고제는 시행 이래 한번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문제제기하기에 너무나 새삼스러운 제도가 돼 버렸다. 수업계획서의 게시 자체가 보기 드물 정도가 되니 내용이 부실하다는 소리는 나올 수도 없는 처지이다.

  사실 수업계획서 공고제가 제대로 시행된다면 학기초의 수많은 문제들을 조기에 방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학생들은 구체적인 내용으로 마련된 수업계획서를 검토해 좀더 정확한 수강신청을 할 수 있어 수강과목 정정과 같은 단계를 줄일 수 있고, 또 앞으로 듣게 될 강의를 미리 준비할 수 있어 보다 수준높은 강의 분위기를 조성할 수도 있다.

  물론 박봉에 수많은 연구과제를 진행하고 학생들을 위한 수업준비에 고생하는 교수들의 노고는 한림구성원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100% 수업계획서 게시율을 보인 중국학과, 심리학전공 등을 보면 도저히 못할 것만도 아니다. 담당주체가 여기에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학생들에게는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