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생활관에서 사생들에게 전화 점호를 취하기로 한데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한다. 목요일 집으로 돌아가는 사생들에게 집에 도착해 사감에게 전화를 하도록 한 데 대해 ‘사생활 침해’, ‘어린 애 취급’이라는 불만의 소리가 적지 않은 모양이다. 생활관 측에서는 혹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자는 취지라며 이해를 구하고 있다고 들린다.

  생활관 측에서 이런 조치를 취하게 된 배경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근자에 일어난 두어 건의 사고 탓에 바짝 긴장하여 안전사고 방지에 배전의 관심을 기울이는 것일 터이다. 안전사고 예방이야 토를 달기 어려운 중대한 사안이다. 그러나 그 방법은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이번 논란을 접하면서 아쉬움이 느껴지는 것도 바로 이와 관련된 대목이다. 사생들을 성인으로 대우하고 사생활을 보호하는 일이 안전사고 예방이라는 대의에 밀릴 수는 없다고 믿는다. 사생들이 성숙하고 책임 있는 인격체로 발돋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생활관의 주요한 목표일진데, 이번의 조치가 그 목표와는 어긋나지 않는가를 다시 한번 숙고하기 바란다.

  사생들이 적합한 절차를 밟아 생활관을 떠난 이후의 시간에 대해서도 생활관에서 그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학부모들의 요청이 있고 그것을 외면하기 힘든 점이 있겠지만 차제에 생활관의 책임 범위에 대해 그리고 사생들의 권리와 책임에 대해 보다 분명하게 합리적인 정리가 있어야 할 것이다.

  현재 사생의 수가 근 2천명에 달하고 앞으로 입사하기를 원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고 하는데, 이는 생활관이 한림인들에게 전에 없이 크고 소중한 공간으로 자리하게 되었음과 함께 그에 따른 문제가 여러 갈래로 심각하게 제기될 수 있음을 뜻한다. 앞으로도 전화점호와 유사한 여러 문제가 생길 것을 능히 예상할 수 있는 바, 사생위원회, 운영위원회 등의 공론의 장을 한층 활성화하여 사생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뿐 아니라 한림 공동체의 폭 넓은 의견을 구하기를 바란다.

  사생들 또한 생활관의 주인은 자신이라는 의식과 그에 걸맞는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성인으로 대우받고 싶거든 성인으로 행동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사생위원회의 역할에 미진한 점이 있었다면 그 또한 전 사생들의 현 위상과 역량을 보여주는 것으로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생활관이 한림 공동체의 또 다른 중심으로 자리 잡아 캠퍼스에 싱싱한 활력을 퍼뜨리는 진원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