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기초교육대학’의 설치안이 교수들에게 배부되었다. 안건에는 ‘기초교육대학’을 만들려는 이유가 두 가지로 정리되어 있는데, 하나는 입학생들의 저하된 기초학력을 높이기 위함이고, 또 하나는 기초교육을 효율적이고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함이다. 이보다 며칠 전에는 ‘기초교육대학 설치안’이 교무회의에 보고되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기초교육대학’의 출범은 내년 초로 잡혀 있다. 즉 12월 초순에 설치안을 확정하고, 12월 중순에 관련 규정을 개정하며, 12월 하순에 교육부에 보고한 뒤 내년 1월 1일에 시행한다는 것이다. 교무연구위원회에서 초안을 작성한 것이 11월 중순이니 전광석화처럼 일이 추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기초교육대학’ 설치의 움직임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의 문제가 있어 보인다. 첫째, ‘기초교육대학’에서 수행하게 되는 ‘기초교육’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나와 있지 않다. 학생의 기초학력을 높이는 것을 ‘기초교육대학’ 설치의 주요 사유로 든 사실에서 추론하자면 영어나 수학 등의 과목을 필수과목으로 하여 이를 집중적으로 가르치겠다는 것으로 해석되나, 이는 단대별, 학과별 특성이 반영되기 어려운 고등학교식 수업이 될 뿐이다. 또 일부 도구과목을 필수과목화하면 교양과목이 위축될 수밖에 없어 ‘기초교육대학’이 기존의 교양교육을 더 잘 수행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다.

  둘째, 그간 학교에서는 작년부터 교양교육의 개선과 내실화를 위하여 ‘교양교육개선위원회'와 ‘교양교육위원회'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 노력을 하여 이제 그 결과를 내놓고 있는데, 이 시점에서 2년 동안의 작업 결과를 무시한 채 갑자기 ‘기초교육대학'의 설치를 추진하면 그간 두 위원회에서 해 온 일이 아무 의미가 없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기초교육대학'을 설치한다 하더라도 이것이 기존의 작업 결과보다 어떤 점에서 나은 것인지, 또 기존의 교양교육부로는 추진할 수 없는 성격의 것인지를 좀더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 ‘기초교육대학'의 설치는 대학의 기본 조직을 바꾸는 일이다. 따라서 이와 같이 중대한 일을 추진할 때에는 학내 구성원들의 의사를 충분히 수렴하는 과정과 절차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의사 수렴의 과정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11월 말에 교수들에게 설치안을 알리고 12월 초에 설치안을 확정하며, 내년 1월부터 설치안의 내용을 시행한다는 일정 자체가 이번 일을 추진하는 데에 학내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사가 그다지 중시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초교육대학'의 설치가 바람직하다고 하더라도 이처럼 군사작전을 펴듯이 신속히 일을 처리하는 것은 학내 민주주의에 반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물론 신속히 일을 추진하는 데에는 어떤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을 추진할 때의 구상이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 구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나타날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서는 이러한 구상이 대학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어떤 일을 추진할 때에는 대학 구성원들 사이의 의견을 충분히 듣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넷째, ‘기초교육대학'의 설치는 궁극적으로 학생들을 위한 조처이다. 따라서 이러한 방안을 추진할 때에는 이것이 학생들에게 진정 도움이 되고 또 입학할 학생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이모저모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재의 설치안에는 이러한 부분에 대한 고민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학생들도 좋아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지 말고 실제적으로 학생들의 생각을 조사하여 이를 설치안에 반영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