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급작스레 추진되던 기초교육대학이 지난주 교무회의를 통과하여 독자적인 단과대학으로 출범하였다. 기초교육대학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안을 내놓지 않은 채 서둘러 조직을 출범시킨 점은 의아스럽지만 기초교육대학의 출범을 계기로 우리 대학의 교양교육이 한층 발전하기를 바란다. 다만 기초교육대학의 추진과 관련되어 발생되었던 몇 가지 문제들에 대해서는 앞날을 위하여 다시 한 번 지적해 두고자 한다.

  첫째, 새로운 조직을 만들려면 해당 조직에서 무슨 일을 할지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폭넓은 논의가 뒤따라야 하는데 기초교육대학에 관해서는 이러한 논의가 전무하였다. 기초교육대학 설립의 예비 작업이랄 수 있는 교수들의 공동 연구도 없었고 그 흔한 준비위원회도 없었다. 또 인문대학에서 전체교수회의를 열어 일치된 의견으로 기초교육대학 구성에 관한 공청회를 요구하였으나 이도 무시하였다. 아무리 옳은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대학을 만드는 일인데 몇 사람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2002년에 서울대에서 기초교육에 대한 전담 부서로 기초교육원을 출범시키고 2003년에 가톨릭대에서 기초교양교육원을 추진하는 등 교양교육에 대한 관심은 여러 대학에서 이미 고조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우리 대학이 다른 대학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교양교육 강화 차원에서 기초교육대학을 추진한 것은 나름대로 이해되는 바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대학과 달리 ‘원’이 아니라 ‘대학’을 설립하고자 하였기 때문에 다른 대학의 연구 성과를 바로 수용하기 어렵다. 이 점에서 학교 당국은 구성원들에게 왜 소속 학생도 없는 대학을 꼭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을 베풀었어야 마땅했다.

  셋째, 건축가가 집을 지을 때에 이곳은 안방으로, 저곳은 공부방으로 한다든지 하는 설계가 있게 마련이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대학을 만들면서 해당 대학의 업무에 대한 청사진도 제시하지 않은 채 먼저 조직을 출범시키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적어도 ‘내용’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있고서 그 다음에 이러한 ‘내용’을 담을 적절한 ‘틀’을 연구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다른 대학에서는 ‘원’을 만들면서도 수년에 걸쳐 연구하고 공청회를 하는데, 우리는 ‘내용’에 대한 논의도 없이 불쑥 조직만을 출범시키는 것은 아무리 그 의도가 좋은 것이라 하더라도 대학 구성원들의 주인 의식을 꺾는 일이다.

  넷째, 대학 당국에서 어떤 일을 추진하려 할 때에는 이해관계에서든 대학을 위하는 마음에서든 그 일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사람들의 문제 제기가 불편할 수도 있으나 내가 대학을 위해 일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상대방도 대학을 위해 문제 제기를 한다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래서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고 수용할 만한 부분이 없는지 검토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나와 견해가 다르다고 상대방의 문제 제기를 열심히 일하려는 사람의 뒷다리나 잡는 행위로 간주하는 태도는 민주적인 대학 운영과 거리가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