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학교 5개 병원의 건물 입구에는 한결같이 “한림대학교 전국 대학 10위 진입”이라는 커다란 간판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보란 듯이 붙어 있다. 이것은 우리 의과대학과 부속 병원이 전국 10위에 들었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 자축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겠지만, 그러나 의과대학이 1982년 설립된 이래의 목표는 실상 전국 5위권 진입이었다.

  최근 의과대학의 교육 및 연구 활동은 가히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2년 의과대학 인정 평가에서 교육, 연구 부분의 수월성으로 “완전 인정”을 받았고 올해 의사 국가고시에서도 100% 합격이라는 쾌거를 이루었다. 연구부문에서도 2003년 교수 1인당 연구비 수혜가 8천만원(전체 24억원), 교수 1인당 국외 논문발표에서 4.4편(전체 133편)으로 전국 최고 수준을 점하고 있다. 최근에는 약리학교실의 송동근, 허성오 교수팀의 연구결과가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Nature Medicine에 발표되고, 병리학교실의 정경천, 생리학교실의 박재봉교수도 해당 분야 최고의 학술잡지에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는 대학당국과 재단의 각별하고 아낌없는 행정, 재정적, 인적 지원 아래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20여년 동안 의과대학에 대한 지원은 교수의 충원도 없이 의과대학 인정평가에 대비해 실습실 하나를 소그룹토의실로 바꾼 것이 전부라고 하겠다. 대학당국의 이같은 지원의욕 부재는 최근 몇 년간 전국 의과대학 순위에서 한림대 의과대학이 중위권으로 하락하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타 의과대학들이 기본적으로 갖춘 교육 및 실습시설과 연구를 위한 공간들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의과대학의 교육, 연구 환경이 이렇게 열악한 터에 최근 대학당국이 의과대학에 취한 일련의 조치는 의과대학의 발전을 위해 애쓰는 구성원들에게 회의와 우려를 자아낸다. 첫째, 의과대학 예산의 삭감이다. 발전적 측면에서 예산이 증액되어야 함에도 오히려 삭감되었다는 사실은 진정 납득하기 어렵다. 둘째, 실험실습에 필수적인 교육조교를 감원시킨 것이다. 이미 수업이 시작되어 교육조교들이 바삐 준비하고 있는 3월초에 이런 결정이 통보되었다는 것은 문제를 한층 악성으로 만든다. 아울러 의학과 행정실무에 밝은 직원들을 바쁜 학기 초에 다른 부서로 대폭 이동시켜 의학과 행정을 마비시킨 것도 분명 상식과 순리를 거스른 조치이다. 셋째, 대학교의 의사결정에 의과대학의 의견이 적절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대학당국의 조치들은 한창 발전을 위해 교육, 연구에 불철주야 노력하는 의과대학의 불붙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처사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 모든 구성원들은 전국의과대학 5위 진입을 위하여 대학당국의 아낌없는 지원을 바라며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