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술궂던 꽃샘추위도 물러가고 여기저기서 꽃 기운이 감지된다. 부산하게 캠퍼스를 휘젓고 다니는 새내기들 때문인지 학교가 예년에 비해 부쩍 복닥거리는 느낌이다. 점심시간 무렵의 학생식당은 더욱 그렇다. 혼잡한 분위기 속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노라면 밥 먹기가 짜증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줄 서다 지쳐 그만 옆에서 파는 빵 한 조각으로 점심을 때우고 말 것도 같다. 먹는 데 짜증이 나면 학교생활 전반에 알게 모르게 그 영향이 미칠 수 있다. 그래서 먹는 문제는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현재 학내에서 학생들이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은 단 두 군데, 학생 식당과 그 윗 층의 분식식당이다. 그 동안 색다른 메뉴를 제공하며 아늑한 안식의 터로 한 몫을 했던 패스타임이 적자에 시달리다 작년 말 문을 닫은 결과 점심시간의 김유정관이 더욱 혼잡해진 면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패스타임이 얼마나 학내의 식사 인구를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폐점으로 인해 학생들이 다양한 입맛과 취향을 충족시킬 수 있는 기회가 크게 줄어들었다. 학교 측에서는 패스타임 자리를 추후 어떤 용도로 사용할 지에 대해 아직 뾰족한 계획이 없는 것 같은데, 그 공간은 학생들의 먹거리 문제에 관한 불편과 바람을 수용하는 쪽으로 용도가 결정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패스타임이 경영난에 허덕인 이유를 분석하고 학생들의 취향을 제대로 수렴하여 사랑받는 새로운 먹거리의 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속된 말로 다 먹자고 하는 일인데, 바쁜 가운데서도 식사 시간이 즐겁고 잠깐이나마 느긋하게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학교 당국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이 문제는 그 변화상을 학생들이 즉시 피부로 체감하는 것이기에 학교생활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도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다. 잘 먹으면 캠퍼스도 더 밝고 활기찬 태깔을 띨 것이다. 학생, 직원, 교수가 어울려 맛난 식사를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한림의 명물을 하나 만들어 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