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열린 학생총회에서 확정된 ‘종합요구안'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1백21명의 학생대표들이 모여 그 내용을 점검, 수정하고 학생총회에 참석한 8백76명이나 되는 많은 학생들이 동의한 것이라 무게감이 느껴진다.

  특히 학생복지, 교육환경과 관련된 내용은 소박한 설득력을 갖춘 것으로 판단된다. 학생식당의 식사 질 개선은 학생 건강과 긴밀한 관계가 있는 문제이고 공사 소음으로 인한 학업 방해는 대학의 근본 목적인 교육에 관한 지적이어서 눈길을 끈다. 이외에도 취업 프로그램 확대는 심각한 취업난에 본부가 좀 더 신경써주기를 바라는 학생들의 심정을 대변한 것이고 수업 보조 기구의 확충 등은 학생들이 직접 수업을 받거나 실습을 수행하면서 느꼈던 불편을 반영한 것이다. 셔틀버스 확충 문제도 그러하다. 이런 사안들은 오래전부터 학생들이 불편을 겪었고, 본지에 제보하여 여러 차례 보도된 적이 있는 것들이다.

  학생들이 제시한 종합요구안의 내용이 모두 옳으니, 본부는 당장 이를 무조건 수용하라는 주장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또한 이 자리에서 ‘종합요구안' 내용의 옳고 그름을 따지자는 것도 아니다. 학생들이 제기한 문제들에 관해 본부, 교수, 학생대표가 모여 심도깊게 논의를 해보자는 것이다. 본교의 역사를 비추어보았을 때 대학의 구성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학교의 미래에 대해 고민을 나누었던 기억은 거의 없다고 생각된다. 물론 등록금 문제와 같이 양측간의 입장이 첨예할 경우에야 토론이 격해질 수도 있고, 서로가 기분 상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대화의 통로를 닫지 않고 새로운 계기를 모색하려는 자세가 절실하며 여기에는 학교측의 몫이 더 커야 할 것이다.

  학생대표들에게도 요구한다. 종합요구안을 보면 많은 학생들로부터 의견을 종합하고 정리하는데 고생한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설득력이 부족하거나 현실성이 결여된 사안들도 눈에 띈다. 금강산 모꼬지를 학교측에서 왜 전액 지원해야하는지 또 이러한 요구는 타당한지, 학부제를 전면 폐지하는 일이 현재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그 이후의 대안은 어떠한 것인지, 학생회가 모든 행정을 감시한다는 것이 사실상 수행 가능한 일인지, 이런 요구들은 사안의 중대성과 복잡성에 걸맞는 충분한 검토와 연구가 필요한 것들이다. 따라서 학생회측은 이 요구안을 통째로 관철시키겠다는 경직된 자세를 탈피해야 할 것이고, 학교측 또한 학생들의 이런 요구를 대화의 물꼬를 트는 기회로 삼아 학생들의 진솔한 바램에는 최대한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교수들도 강의와 연구에 눈코뜰새 없이 바쁘겠지만, 학생들이 어떠한 불편을 겪고있고 학교에 어떤 변화가 있기를 바라는지에 관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학생들은 본인들의 요구 사항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차제에 이 요구안을 두고 학교 구성원들이 모여 진지하게 논의하기를 촉구한다. 공청회가 필요하다면 자리를 만들자. 본부도, 교수평의회도 이 안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 불가피하게 수용이 불가능한 주장에는 합당한 근거를 제시하고 이에 대해 토론하자. 민주주의 공동체의 미덕이란 이런 것 아니겠는가. 봄꽃과 함께 한림공동체도 활짝 피어오르면 더없이 기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