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지 않는 문화를 버리고 한림대만의 ‘색깔’을 찾자 강원도민일보 사회부 김경태 기자 한림대가 지금 무척이나 들떠있다. 한림대 정문에는 ‘교육개혁 우수대학 선정'이라는 대문짝만한 플랜카드 한 장이 나부끼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법학과 출신, 2명의 재학·졸업생이 개교이래 처음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이 각종 신문을 장식했다.

  개교 14주년. 어쨌든 한림대는 작지만 그렇게 조금씩 자신의 얼굴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한림대의 참 모습일까. 85학번인 내가 한림대를 처음 알게된 것은 지난 88년 어느 여름이었다. 삼복더위에 군에 같이 입대한 동료가 바로 한림대 사학과 출신이라고 했다. “어디 있는데…?”라는 말에 서운한 빛 하나없이 “춘천에 있어”라고 받아쳤다. 그리고 8년이 지났다.

  지난 8월말쯤 교내 한 사무실에서 중국학과 학생 1명을 만났다. 방학기간 한달정도 중국에 ‘홈 스테이’연수를 다녀왔다는 여학생이었다. ‘85학번’ 우리들로서는 꿈도 못꾸던 일이었다. 꾸밈없는 얼굴로 느닷없이 묻는 질문에 예상 밖으로 꼬박꼬박 대답해주는 폼새가 무척이나 성실해 보였다. 내친김에 연수소감을 담은 원고청탁까지 부탁했던 이 학생에게서 ‘공부하는 한림대생’을 보았다. 그에게는 지방대생의 고민도, 졸업후의 불안도, 생활의 찌든 모습도 없었다. 줏대없는 중국학생들을 꼬집는 글에서는 은연중 애국심 냄새까지 풍겼다.

  각 신문들이 올 하반기 취업난을 앞다퉈 보도하던 10월초였다. 학생회관 2층 취업보도실 앞 소파에서 만난 2명의 졸업생은 한림대생의 ‘고민’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른바 인기학과를 졸업한 이 2명의 ‘취업재수생’들은 실력보다 간판으로 인력을 채용하는 기업들의 못된 심보를 사정없이 질타하고 있었다. 한림대생의 현주소였다. 10월말, 각 대학에서는 대동제가 벌어진다. 캠퍼스 구석구석에 흩어진 대학문화의 조각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마당이다. 그러나 기자의 속물근성으로 내심 기다렸던 철인 3종경기는 고사하고 대학인의 생동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취업을 위해 도서관에 몰렸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서울출신이 70%이상인 재학생 분포구조 때문에 휴강을 틈타 고향행을 택했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건 한 가지 예일 뿐이다. 이런 문제, 저런 고민들을 씻어내고, 이런 강점, 이런 특성들을 살려가는 것은 대학 구성원들의 몫이다. 면학 분위기 조성이니, 공동체 문화 형성이니 하는 손에 잡히지 않은 표현들은 별 의미가 없다. 어쩌면 그것은 당연히 대학저변에 깔려 있어야할 토대들일 뿐이다. 이제 한림대학교가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줄 때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