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의학관 실험실에 유독가스가 발생하거나 불이 나면 실험실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이 사실을 안 사람은 재빨리 건물을 빠져나가 피신하여야 한다. 그런데, 옆방에 있는 사람은? 실험실에 유독 가스나 연기 감지기가 없어서 아무런 통고를 받지 못하여 그냥 노출될 수 있다. 만약 이것이 새벽 2시라면 나가는 문은 모두 쇠사슬로 잠겨 있고, 단지 의학관 2층 쪽문을 카드로 열고 나가야 한다. 그런데, 경험한 것처럼 출입문 카드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손전화로 학교 수위실에 연락하여야 한다. 그런데 손전화가 당장 없다면 다시 연기 나는 방에 들어가 전화를 걸어야 한다. 연기 나는 방에 들어갈 수 있을까? 안되겠다. 유리문이 깨지겠지, 부수고 나가자. 유리문을 부수고 나가다가 날카로운 유리 끝에 찔려 출혈이 심하면 병원 응급실로 가야 하는 데, 아무도 주위에 없다.

  2004년 여름도 예외 없이 우리 교정은 학생 또는 외부인의 유락지로 술과 노래와 소음으로 가득 차 있다.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술 먹고 노래하고 춤을 춰 봐도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 천국과 같은 곳이 한림대이다. 참을 수 없어 선생이 나서서 제지하지만 주정꾼에게 욕만 듣고 힘으로 제어할 수 없다. 청원경찰이 없으니 주정꾼의 힘이 최고이다. 수업 마치고 다른 강의실로 이동하려면 차가 가로막는다. 지금 학교 내 주차는 무질서의 극치이다. 끊임없이 느는 차량에도 걸어 다녀야 하는 학교 구성원 대부분의 안전은 안중에 없다. 걸어 다니는 대다수의 학생에게 이 차량에 의한 보행 방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교내 시속 20km 준수 여부를 감시하는 카메라가 없으니 그냥 쌩 달리면 끝이다. 나는 지금 차량 때문에 보행에 방해를 받고 있거나 위험을 느끼지 않는가?

  이런 내용이 과연 나에게도 해당하는 일인지 생각하여 보자. 이런 여러 상황은 안전과 직결된 문제이다. 학교 운영에 대한 투자 순위를 적고 있는 총장학 교재를 보면, 대학에서 가장 먼저 투자를 고려하여야 하는 것이 구성원 안전 문제이다. 안전시설을 보완하고, 구성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라고 되어 있다. 우리 학교가 이른바 국내 10위에서 이제 생활의 질을 높이는 대학으로 더 나아가려면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안락한 교정을 마련하여야 하지 않을까?

  연기감지기를 추가로 시공하고, 지금 공사중인 스마트카드 장치에 출입문 통제를 추가하여 문에 걸리는 쇠사슬을 제거하여야 하며, 교내 청원경찰제 도입으로 한여름 밤에 교정이 유락지로 바뀌는 현상을 막아야 한다. 또한 정문을 새로 건설함과 동시에 유료 주차제도를 도입하고, 도청 쪽의 출입문의 차량을 통제하고, 또한 주차 건물을 신축하는 등, 어지간해서는 지상에 차가 보이지 않는 교정으로 꾸며야 할 것이다. 이런 모든 안전에 대한 문제는 외부에 전문가 자문을 받아 세세한 부분까지 최우선으로 투자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럼으로써 모든 구성원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교정으로 새로 태어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