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의 개교 20주년을 기점으로 한림대학교의 제2의 도약을 위한 발판 마련이 본격화되고 있다. 작년 겨울의??UI(University Identity) 선포 역시 그 일환이었다. 이를 통해 빼어난 인재들의 숲 ‘한(翰)·림(林)’의 의미가 재확인되었고, ‘뭇 새들의 위를 날면서 넓게 세상을 보는’ 고고한 한비정신(翰飛精神)이 건학의 정신으로 재정립되었다. 얼마 전에 준공된 모던한 정문 역시 이 한비정신을 형상화한 것으로, 새로 고안된 깔끔한 심볼 마크와 함께 한림공동체의 아이덴티티를 강화하는 상징물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데 최근 이 한비정신을 거스르는 일이 생겨 안타깝다. 다름 아닌 포상 문제다. 교평통신에 따르면, 교무연구처에서는 개교기념일에 맞춰 교육·연구 분야의 업적이 우수한 일부 교원들에게 비밀리에 포상금을 지급했다고 한다. 영문을 모르는 교원들 사이에서 이에 대한 문의와 항의, 비판이 빗발치듯 쏟아졌고, 급기야 학교 당국에서 이에 대한 설명회를 열게 되었다고 한다. 이 해프닝 아닌 해프닝을 접하면서 우리는 몇 가지 문제점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기왕의 ‘우수학술연구 지원사업’과 중복되는 게 문제다. 이 지원사업은 올 봄 교무연구처 산하의 교무연구위원회에서 손질하여 교원들의 암묵적인 이해 아래 이미 시행되고 있으며, 말 그대로 우수한 학술연구를 지원하여 교원의 연구활동을 진작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러한 ‘우수학술연구 지원’과 이번의 연구분야 우수교수 포상이 어디가 어떻게 다른 것인지 묻고 싶다. 그 성격과 목적 등에 이렇다할 차이가 없다면, 옥상옥 같은 이번 포상이 왜 느닷없이 이루어지게 되었는지에 대해 해명이 필요하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포상대상자의 선정 기준과 절차와 과정, 포상에 필요한 예산의 확보와 그 성격 등, 이번 포상과 관련된 제반 사항들이 전혀 공개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다는 점이다. 도대체 단과대학의 학장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교무위원들도 모르게 일이 진행되어야만 했던 까닭이 무엇인지? 사전 논의는 물론 사후 통보조차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이 없다면, 이번 포상 사건은 그 본의와 상관없이 대학행정의 민주화, 합리화에 역행하는 밀실행정의 전형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본디 이번 포상은 교원들의 “교육 및 연구활동에 보람을 주고, 의욕을 더욱 갖게 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데 그 취지가 있었던 모양이다. 과연 한림공동체의 교원들은 일부에게 지급된 포상금을 계기로 가르치는 보람과 연구 의욕을 더 많이 갖게 되는 것일까? 우리는 그리 될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그 졸속으로 이루어진 포상이 교직생활의 보람과 의욕을 북돋우기보다는 오히려 구성원들의 위화감을 조장함으로써 우리의 한비정신을 좀먹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이번 포상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선 우선 원점으로 돌아가 구성원들의 의견부터 수렴해야 한다. 기왕에 제도화된 ‘우수학술연구 지원사업’이나 앞으로 시행이 예상되는 우수교육 부문의 지원제도와는 별도로 이번과 같은 교육·연구 분야의 우수교수 포상이 과연 필요한 것인지? 또 그것이 지난해에 폐기된 연봉제의 부활 효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은 아닌지? 그래도 필요하다고 대다수가 동의한다면, 포상대상자의 선정 기준과 절차, 예산의 확보와 집행, 포상 방법 등과 관련된 제반 사항들을 공론의 장을 통해 앞으로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 구성원들의 박수와 갈채를 받는 포상다운 포상은 이러한 의견 수렴과 논의 뒤에 이루어져도 결코 늦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