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들어 캠퍼스가 부쩍 붐비고 어지럽다. 교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사 때문이다. 국제관이 개학에 맞춰 문을 연 것은 다행이지만 바로 옆 실내 테니스장이 마무리 공사 중이고 도서관, 고령사회 교육센터, 다산관 뒤의 퇴계관은 건설에 한창 피치를 올리고 있으며 학생회관은 증축 공사에 들어갔다. 캠퍼스가 그야말로 ‘공사 중’이다.

  캠퍼스를 한번 둘러보면 여기저기 들어선 건물에 시야가 턱턱 막혀 갑갑하다. 더 이상 건물을 세울 땅이 남아 있나 싶게 캠퍼스는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한정된 부지 내에 필요한 건물들을 짓다 보니 여유 공간이 좁아지고 각종 공사로 인한 유형무형의 불편이 따르는 것은 상당 부분 피치 못할 일이다. 그렇지만 이젠 캠퍼스 과밀화가 한림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며 어떤 결과로 나타날 것인가를 예견하고 그에 합당한 대응책 마련에 열과 성을 쏟아야 할 것이다.

  당장의 문제로 정문에서 연암관(본부 건물)에 이르는 도로의 차량 통행과 보행자 이동은 그 혼잡함이 불편을 넘어 사고의 위험마저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사 탓에 보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근 차량, 공사 차량, 택시가 한데 몰려 엉기고 그 사이를 등교하고 강의실을 찾아가는 학생들이 비집고 다니는 광경은 아슬아슬하다. 학교측에서는 임시 처방으로 진입 차량의 주행 방향과 보행 길을 도로 바닥에 표시해 놓았지만 쉽게 알아보기 힘들어 실효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택시가 본부 건물 바로 앞에서 회차하도록 한 것도 마땅찮다. 마땅히 정문이나 진입로 중간의 어느 지점에 회차 지점을 정해 캠퍼스 내로의 차량 통행을 최대한 줄여야 할 것이다. 또 한림인 모두가 거치는 중앙관 앞 광장을 주차 금지구역으로 하면 한결 여유롭고 트인 느낌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여튼 도서관 공사가 아직도 상당한 기한을 남기고 있는 만큼 학교 당국은 한림인의 안전하고 편안한 보행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믿음직한 방안을 조만간 제시해야 한다.

  때마침 한림학보에서는 푸른 캠퍼스 만들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이를 위해 갖추고 해야 할 일이 다양하겠지만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역시 차량 통행과 주차 문제이다. 지금은 사람이 차에 치이는 것이 에누리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서울의 일부 대학에서 대규모 지하 주차장을 건설하여 차 없는 캠퍼스 실현에 나섰다는 소식은 그래서 신선하면서도 부럽게 들린다. 지하 주차장 건립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기에 우리처럼 크지 않은 규모의 지방 소재 대학이 선뜻 달려들기 어렵다는 것은 십분 이해되지만, 이젠 학교측에서도 안락하고 여유로운 캠퍼스를 위해 이 문제를 진지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녕 부담이 커서 어렵다면 지금부터라도 학내 공사가 일단락되는 시점과 그 이후까지를 염두에 둔 중장기 계획 마련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림 공동체의 복지 지수를 업그레이드시키는 이 중차대한 계획을 위해 필요하다면 외부 용역을 맡기도 것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캠퍼스에 건물이 하나 둘씩 추가되면서 강의실 사정 등이 한층 나아졌다지만 사람이 건물들 사이에 낀 듯한 갑갑함 또한 늘었다. 좁은 공간 넓게 쓰고 숨은 공간을 찾아 선용하는 지혜가 절실하다. 캠퍼스의 조밀화가 짜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한림인 모두 푸른 시야를 품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