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들이 울긋불긋한 가을이 왔다. 캠퍼스도 예외는 아니어서 여기 저기에 들뜬 기운이 완연하다. 각종 행사와 전시회를 비롯해 학술제와 축제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이들 행사는 자칫 학업에 지치기 쉬운 학생들에게 활력소를 제공하는 감초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러나 수업을 중단해가면서까지 이 같은 행사들을 치러야 하는 데는 고개가 갸웃거려 진다. 과연 축제가 수업 이상의 값어치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축제와 파티 문화가 대단히 발달한 미국에서도 대학교육기관이 수업을 중지해가면서까지 축제를 강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더욱이 대부분의 축제는 수업과 동시에 병행되며 면학 분위기를 흐트리지 않기 위해 강의 건물에서 가급적 멀리 떨어진 곳에서 행해진다. 사실, 한국의 대학 축제는 아직까지 전근대적인 요소들을 많이 지니고 있다. 혹, 직장에서의 접대, 외식 문화는 바로 대학에서의 축제 문화, 뒤풀이 문화의 연장 선상에 있는 것이 아닐까? 안 할 수는 없고, 하되 걸쩍지근하게 판을 벌여야 하는 이도 체면이 서고 오는 이도 군말이 없다. 언제까지 이렇게 ‘보여주기 식’, ‘해왔으니까 식’의 행사를 치룰 셈인가.

  축제 본연의 의미는 바쁜 와중에 잊기 쉬운 계절을 한번 돌아보며 짬을 내는 여유를 갖는 의미가 크다. 그렇다면, 한림 축제는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가를 한번 반문하고 싶다. 가뜩이나 수업 일수가 적은 가을 학기는 시작하자마자, 추석 연휴와 운동, 학술제, 중간고사와 각 단과 대학의 개별적인 행사들로 만신창이가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선생들은 선생들대로,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끊기는 리듬 때문에 힘들어 하기는 마찬가지다. 어렵고 고단할지언정 최선을 다하는 면학 분위기 속에 축제는 망중한(忙中閑)의 진정한 의미를 갖게 마련이다.

  어느덧 한중한(閑中閑) 속에 고민 없는 일상사로 자리잡은 가을 행사가 좀 더 실속 있게 치러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 중간고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 자칫 흐트러지기 쉬운 면학 분위기를 다잡아 차분하게 대사를 치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