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대표적인 지식인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판단에는 대학교수의 말이며 행동이며 의식이 사회를 이끌 만하고 사회에서 모범이 될 만하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러나 대학 사회 안팎에서 벌어지는 여러 논쟁과 대화를 살펴보면 이러한 판단이 꼭 맞지는 않는 듯하다.

  전반적으로 대학교수들은 자신의 견해에 대한 믿음이 확고한 편이다. 그래서인지 논의가 필요한 사안에 대처할 때 자신과 다른 견해를 잘 수용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다른 쪽의 시각에서 사물을 보는 태도가 부족한 것이다. 그리하여 자신의 견해가 틀릴 수 있음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여 개개인이 갖춘 뛰어난 대화와 토론 능력이 문제의 해결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교수 중에는 글과 말을 통해 사회 문제에 대해 발언하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사회 문제의 본질을 일깨우고 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발언을 하는 일은 지식인으로서의 임무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이 경우도 아집에 빠져 자신과 생각이 다른 집단에 대해 서슴지 않고 모멸적 딱지를 붙이거나 공격적 언사를 퍼붓는 일은 피해야 할 것이다.

  특히 요즘 들어 지식인으로서의 품격을 유지하지 못한 채 지역 감정이나 이념에 사로잡혀 정치적 편향이 강한 개인적 감정을 토로하는 일이 많아짐은 매우 우려할 만하다. 지식인이요 선생으로서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견해를 찾아 이를 차분히 제시함으로써 국민들 간의 건전한 대화와 토론을 이끌어 가는 대학교수의 모습이 사라지고 있음이 자못 아쉬운 것이다.

  대학교수의 언어는 내용 못지않게 형식의 면에서도 반성의 여지가 많다. 이 땅의 지식인이라면 자국어로서 자신의 견해를 충분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하나 적지 않은 교수들이 영어를 섞지 않으면 자신의 의사를 표명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수업에서나 회의에서나 아무런 의식 없이 영어를 마구 사용하는 모습은 이 땅에서 요구되는 지식인의 모습이 아닐 것이다.

  물론 전문용어 중에는 아직 적당한 국어 표현이 나와 있지 않아 부득이 영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 경우도 적절한 번역어를 찾아 제시하는 일은 그 분야의 전문가인 대학교수의 몫임을 똑바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선진 학문의 올바른 수용은 외국의 이론을 한국어로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을 때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교수의 ‘영어 사랑’은 전문용어에 머물지 않는다. ‘drastic한 변화’, ‘load가 덜 걸린다’ 등과 같은 표현은 이제 일상 대화에서 쉽게 들을 수 있으며 심지어 일부 교수는 ‘이것이 first possibility다’와 같은 표현도 버젓이 사용하는 실정이다. 영어를 섞지 않으면 자신의 의견조차 표명하지 못하는 교수가 많다는 사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마지막으로 오늘 어떤 회의에서 들은 문장 한 토막을 적어 본다.

  “학생들의 performance를 측정하려 해도 입학 성적의 variation이 적어 이들 간의 correlation은 거의 zero에 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