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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화재 참사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안전불감증 문제가 다시금 화두로 떠올랐다.
한림학보에서는 화재 위험성에 대비한 건물의 안전 진단을 해봤다. 춘천소방서에 의뢰한 이번 검사는 학내 소화기구의 위치, 수량, 오·작동 등을
중점적으로 살폈으며, 본지 기자가 동행해 사용법을 직접 알아봤다. 또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화재시 대피요령도 함께 실었다.
우리학교 생명과학관은 유전공학과 실험실, 발생생물학 연구실, 세포생물학연구실 등 화학약품을 다루는 곳이 많다. 따라서 일반
건물들에 비해 화재를 대비한 소방시설의 비치와 철저한 안전대책이 철저하게 요구되는 곳이기도 하다. 패스트푸드점인 패스타임이 위치해 있는 방향을
오른쪽으로 정하고 생명과학관의 구성과 소방시설 상태 등을 점검해 봤다.
우선 생명과학관은 총 6개의 층으로 구성돼 있다. 건물의 입구는 3개이며 건물 중앙에 엘리베이터 1대가 설치돼 있다. 1층에는
패스타임과 강의실로 구성돼 있고, 2층에는 환경학과·유전공학과·식품영양학과 등의 실험실이, 3층에는 식물·동물생리학 실험실과 현미경실 등이,
4층에는 미생물학·분자유전학 실험실 등이 위치해 있다. 5층에는 열분해연구실, 환경공정연구실, 환경미생물학 연구실이 위치해 있으며 6층은
언어청각학부 관련 강의실 및 실습실이 있다.
이러한 생명과학관의 소방 시설로는 ABC 분말 소화기와 이산화탄소 소화기, 옥내 소화전, 비상샤워기, 방수용기구함, 방화벽
등이 있다. ABC소화기는 질소를 충전해 불을 끄는 기구로 A급(보통화재), B급(유류화재), C급(전기화재) 화재에 사용이 가능하며 이산화탄소
소화기는 순수 이산화탄소만을 이용해 B급, C급 화재에 사용되는 기구이다. 비상샤워기는 약품이 옷 혹은 피부에 닿거나 옷에 불이 붙게 되는 경우
등에 사용된다. 옥내 소화전에는 15m의 소방호스가 2개씩 들어 있고 방수용 기구함에는 옥내 소화전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15m의 소방호스
5개가 들어있다. 또 방화벽은 화재 발생시 화재구역이 자동으로 폐쇄돼??불이 번지는 것을 막아주는 소방시설이다.
이러한 소방시설이 설치된 위치를 살펴보면 1층에는 ▲건물 왼쪽 계단 오르기 전 ▲패스타임 앞 ▲엘리베이터 앞 ▲8106호
강의실 문 왼편에 분말소화기 및 옥내소화전이 각각 설치돼 있다. 2층에는 ▲환경학과 실험실 앞 ▲생명과학실험실·유전공학과 실험실 앞 ▲식품조리학
실험실 앞 ▲건물 가운데 계단 입구 등에 비상샤워기를 비롯한 이산화탄소·분말 소화기가 설치돼 있으며, 3층에는 ▲식물표본실 앞 ▲식물생리학실험실
앞 ▲동물생리학 실험실 앞 ▲생문학과 게시판 아래 ▲미생물학 실험실 앞 ▲식물분류학 실험실 앞 ▲현미경실 앞에 각종 소화장비가 설치돼 있다.
4층에는 ▲8435호 강의실 옆 ▲세포생물학 실험실 앞 ▲분자유전학 실험실 앞 ▲미생물유전학 실험실 앞 ▲방사성동위원소실·단백질 치료연구실 앞
▲저온실 문 옆 ▲생물학과 세미나실 문 옆 ▲유전공학연구소에 설치돼 있고, 5층에는 ▲열분해연구실 앞 ▲환경공정연구실 문 옆 ▲환경미생물학
연구실 앞 ▲건물 우측 화장실 입구 ▲건물 중앙 입구 왼쪽에 각각 설치돼 있다. 언어청각학부 강의실 및 실습실 등이 위치한 6층에는
▲청각언어연구소 앞 ▲언어치료 실습실 앞 ▲건물 중앙 계단 입구 정면 ▲8618호 강의실 ▲공동기기실 앞 ▲8616호 강의실 앞에 설치돼
있다.
시설과 김용일 계장은 “미연의 화재에 대비하기 위해 규정보다 많은 수의 소화기를 설치해 놓았고, 1년에 두 번 있는 정기검사와
불시 검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실제 건물을 살펴본 결과 소방법에 의거해 보행거리 반경 20m마다 설치돼야 하는 소화기가
규정보다 많이 설치돼 있었으며, 옥내소화전과 비상샤워기 또한 화재 발생시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많은 수가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강의실이
많은 1층과 6층을 제외한 2∼5층의 복도에서는 소방기구들을 쉽게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실험기구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 특히 3층의 경우 복도에
상당수의 소방시설들이 실험기구에 가려져 화재 발생시 소화기를 찾지 못해 미연의 피해를 더욱 커지게 할 위험이 있었다. 또한 2층 중앙계단 입구에
설치된 대형 소화기는 안전핀이 제거돼 있어 긴박한 상황에서 유용하게 쓰여질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건물에서 연구에 임하고 있는 한
연구원은 “보시다시피 연구실 안은 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실험기구들을 모두 수용하기에 문제가 있다”며“위험할 수 있겠지만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해 생명과학관내 실습실의 공간부족에 따른 안전대책 마련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대구 지하철 참사가 어떠한 예고도 없이 온 것처럼 우리주변에서도 화재 위험은 언제나 존재한다. 더구나 생명과학관의 경우 발화성
화학약품을 다루는 실험실이 많기 때문에 그 위험성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대구지하철 참사의 시작은 한 개인의 우발적인 행동으로 말미암아
일어난 일이다. 그러나 그 피해를 심각하게 몰고 간 것은 평소 철저한 대비책을 세우지 못한 지하철 공사 당국과 우리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소방시설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함은 비단 이런 참사가 발생했을 때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유사시를 대비해 자신이
속한 곳의 지형지물을 충분히 숙지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학생 스스로의 몫이라 할 수 있다.
/ 유성호 기자 v8mm@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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