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25분, 26분 …. 기숙사를 향한 그들의 질주가 시작된다. 비틀비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한 이들의 모습도 적지 않다. 시계의 초침과 분침이 11시30분에 가까워질수록 기숙사는 일명‘기생(기숙사생)’들로 붐빈다. 문 앞에 일렬로 줄을 서 카드를 대고 문을 통과한다. 시간이 늦지 않게 간신히 문을 통과한 뒤에는 자신의 방으로 곧장 뛰어야 한다. 사감선생님의 “김OO”라는 호명에 얼굴을 확인시키고 “네”라는 대답을 하지 않을 시 나는 다음학기 기숙사 입사가 불가능할지 모른다.」

  위는 기숙사 앞을 지나가는 사람이면 그리고 기숙사 생활을 경험해 본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 겪게되는 일상적 모습이다. 11시30분. 우리학교 기숙사의 점호시간이다. 월∼목요일까지 실시되는 점호에 늦거나 빠지게 되면 학생생활관 규정에 의거해 강제퇴사 혹은 벌점을 부여받게 된다. 사생준수내규 「제7조(외박 및 외출)①평일의 외박은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제10조 사생 중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사생은 해당벌점을 부여한다 - 점호 후 자정시각 이후에 귀사한 사생 벌점 5졸등에 따른 점호의 원칙도 엄격하다. 학생의 사정에 따라 그리고 사감의 재량에 따라 외박이 가능하지만 사유와 연락처를 적고 적어도 3일전 외박계를 작성해야 한다.

  우리학교 벌점제의 경우 5젱9점의 벌점을 부여받으면 1학기 입사금지가 되기 때문에 사실상 한번이라도 무단으로 점호를 받지 않으면 다음학기 기숙사 입사는 불가능하다. 점호제의 강제성에 대해 학생생활관장 양은석(체육·교수) 직무대행은 “학부모들은 학교에 학생들을 위탁한 것이기 때문에 학교는 학생의 모든 사고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며 “이를 위해 점호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양관장은 “폐문시간을 연장할 경우에도 학생들은 많은 사고에 노출될 수 있다”며 점호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한편 기숙사에 사는 한 사생은 “11시30분이라는 시간에 맞춰 들어와 문이 닫힌 후 밖의 생활과의 통제를 당하면 감금되는 느낌이 든다”며 점호제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또 다른 사생은 “우리들은 대학인인 동시엶성인’인데 이러한 제도로 개인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에 또 다른 사생은 “점호제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진 않는다”며 “스스로 자제하지 못할 경우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줄 때도 있다”며 긍정적 태도를 나타내기도 했다.

  기숙사 점호, 정확히 말하자면 기숙사 점호의 강제성. 다른 학교의 경우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을까? 우리지역에 위치한 강원대의 경우 점호시간은 우리학교 점호시간 보다 이른 11시다. 외박계의 경우 당일 6시까지 제출하면 인정돼 허용된다. 춘천교대의 경우도 점호시간은 11시이지만 외박계를 당일 10시 이전까지 작성하면 외박이 허용된다. 수도권 대학 중 고려대는 11시30분 점호, 건국대의 경우 매주 월요일만 점호를 실시한다. 경희대의 경우도 일주일에 한번 날짜를 통보한 뒤 점호를 실시하고 외박계 작성이 자유롭다.

  이와같이 모두 우리학교와 비슷한 시간대로 점호가 이뤄지고 있지만 사적 사유로 인한 외박계 작성이 당일 늦은 시간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점호제의 강제성은 약하다. 수원에 위치한 아주대와 온양에 위치한 순천향대의 경우는 점호제 자체가 없다. 아주대의 경우 다른 사생의 생활을 고려해 폐문은 새벽 1시로 정해놓았다. 아주대의 재학중이며 4년째 기숙사를 사용하고 있다는 한 학생은 “친구들을 통해 점호제가 있는 학교를 종종 봤지만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제도”라며 “늦은 귀가에 따른 벌점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기물파손, 타인 동행 등 대학인으로서의 비상식적인 행동을 했을 때만 퇴사 및 벌점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어떤 친구들은 사고 노출을 우려하지만 실제로 타학교에 비해 사고가 더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라고 답했다.

  점호제의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하는 측은 ▲학생보호 ▲유대감 및 인성교육 강화 등의 이유를 언급한다. 하지만 헌법에 의거한 대로 만 20세 이상은 성인들이다.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 이들을 ‘성인’이라 구별지은 것은 스스로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나이를 근거로 하기 때문이다. 통제된 공간 안에서 인성 교육을 받은 이들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일찍이 배운 이들 중 누가 과연 사회에서 보다 빨리 적응할 수 있을까? 따뜻한 비닐하우스에서 사람의 손길을 받으며 자란 화초는 거칠고 추운 세상으로 내몰릴 경우 금방 쓰러지고 말뿐이다.

/ 김영호 기자 sy0911@hallym.ac.kr

기숙사 점호제 어떻게 생각하세요?

점호 시간이 너무 빨라서 친구들과 놀다가도 뛰어 들어와야 하는 것이 불편하다. 기숙사에 들어오면 감금 당하는 느낌이다. 없어졌으면 좋겠다. (정통·2년·남)

너무 답답하다. 우리도 성인인데 자율화한다고 해도 별다른 사고는 없는 나이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정외·2년·여)

점호제는 자율성이 전혀 없는 제도로 폐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럴 수 없다면 점호 시간을 늦추는 방향을 고려했으면 한다. 11시30분이라는 시간에 맞추어 강제로 귀가하기에 너무 이르다.

(언청·2년·남) 점호제의 좋은 점은 모르겠지만 학생 관리 측면에서 약간의 제재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학인으로서 자율성이 너무 침해된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라던가 횟수의 조정이 필요하다.

(사복·3년·여) 아직 불편하다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이제 막 대학에 들어와 아직은 자기 통제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때에 점호가 없다면 친구들과 놀기 위해 기숙사에 들어가지 않을 것 같다. (어문·1년·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