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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화재 참사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안전불감증 문제가 다시금 화두로 떠올랐다.
한림학보에서는 화재 위험성에 대비한 건물과 한림 학우들이 가장 빈번히 활용하는 대중교통 수단 경춘선의 안전 진단을 해봤다. 학내 건불의 경우
춘천소방서에 의뢰한 이번 검사는 학내 소화기구의 위치, 수량, 오·작동 등을 중점적으로 살폈으며, 본지 기자가 동행해 사용법을 직접 알아봤다.
경춘선은 청량리 역사의 운영팀의 협조를 얻어 안전실태와 대피요령을 알아봤다. 또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화재시 대피요령도 함께 실었다.
경춘선 열차는 우리학교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 중 하나이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대구지하철 참사사건과 관련해 열차의
안전여부가 이용자들의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지난 14일 오후 2시 춘천발 청량리행 통일호 열차와 오후 6시15분 청량리발 춘천행
열차를 타고 열차 내 구성과 소방시설을 점검해봤다.
우선 통일호 열차를 살펴보면 기관사가 탑승하는 기관차와 승객들이 타는 객차, 운행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차 등으로
구성된다. 승무원은 차량운전을 담당하는 기관사 2명, 객차 내 안전관리 및 인원통제를 담당하는 차장 2명으로 구성된다. 차량의 중간객차에는
방송통제실이 위치해 있으며, 객차를 순회하는 차장과 무전기를 통해 교신한다. 또한 기관사와 교신하며 열차의 상황을 감시하는 운전사령과 운행에
필요한 사항을 송수신한다.
소방 및 대피시설로는 객차 내 세면장에 소화기가 각 1개씩 위치해 있으며, 화재시 비상탈출을 위한 급제동장치인 비상벨이 설치돼
있다. 또한 승객이 직접 방송통제실과 교신할 수 있는 비상 호령장치가 각 객실 전면에 위치해 있다. 무궁화호 역시 열차 내 구성 및 탑승
승무원, 소방시설의 위치가 동일하다. 그러나 무궁화호의 경우 출입문이 자동개폐식이어서 비상시 출입문 우측의 비상스위치를 작동하여 문을 수동으로
열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철도청측에 따르면 열차 출발 전후로 차량 시설물을 합동점검하고 있으며 화재 발생시 상황조치 임무를 두어 상황별로 이를 숙지해
대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승객들이 화재 발생시 취해야 할 대피요령은 어떠한 것이 있을까?
청량리역사의 승무사무소 박성룡 운영팀장에 따르면 화재발생시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차장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개별대피가 불가피할시 발화지점에 따라 틀리겠지만 차량의 전방으로 대피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운행중인 경우 차량의 뒤쪽이 앞쪽에 비해 불이
확산될 위험이 더 크기 때문이다.
또 운행중엔 절대 차량 밖으로 뛰어내리지 말아야 하며, 정차 후 차량 밖으로 대피하더라도 드문드문 복선구간이 있으므로 반대편
차량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경춘선 열차는 운행중 차장이 열차를 순회하고 승객이 필요시 비상벨로 호출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
면에서 안심할 만하다”며 “또한 지상으로 운행하므로 지하철과 달리 화재위험 요소가 적고 객차별로 분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화재시 상황조치가 비교적
수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춘선 열차를 점검한 결과 이같이 낙관할 만하지는 않다. 우선 차량 내 시설의 노후가 지적된다. 통일호의 경우 객차마다
설치된 소화기들은 대부분 육안으로 보기에도 노후했으며 소화기를 보호하고 있는 아크릴판 역시 소화기이라는 글씨가 일부 벗겨질 만큼 변질됐다. 또한
비상발생시 통제실에 호출할 수 있도록 설치한 비상 호령장치 역시 일부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승객탑승에도 문제가 따른다.
현재 한 객차당 탑승하는 승객수는 좌석수 72명을 초과한 1백40여명이다. 이에 대해 박 팀장은 “선로의 상태와 차량의
선적허용량을 기준으로 측정된 수치이다”며 “승객들이 무임승차를 할 경우를 제외하고 승차권판매가 각 역별로 통합전산망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이용상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좌석수를 100% 이상 초과한 승객탑승 허용은 운행중 차장의 객차 안전점검 순회를 어렵게 하고 화재시
대피의 혼란을 야기시킬 우려가 있어 문제시된다.
또한 승무원들의 업무과중에 따른 안전사고도 우려된다. 철도 승무원 노동조합측에 따르면 “최근 들어 현장인원감축에 따라
현직노동자들이 감축인원분의 업무를 초과수행하고 있다”며 “업무량이 늘어나고 연가 등의 추가 인력공백이 있을시 운행의 안전 역시 불안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철도청측은 경춘선의 경우 다른 노선에 비해 구간거리가 짧은 편이라 노동강도가 높지 않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으나,
지리적 특성상 안개가 많고 곡선구간이 많아 안전사고의 위험은 절대 적다고 할 수 없다.
경춘선은 1939년 개통 이래 별다른 사고 없이 잘 견디어 왔다. 지난 93년 기관차 송풍기 과열로 인한 화재사고가 있었으나
아무런 인명피해 없이 마무리됐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참사공화국이란 오명이 붙게 된 원인은 안일한 사고 방식, 즉 안전 불감증이다.
대구지하철참사가 10여년의 짧은 철도경험과 기관사의 과실로 초래됐다기보다는 이른바 안전불감증이라는 사회적 안일함에서 나타났다는 것이 각계의
공통된 지적이기도 하다. 1백여년 역사의 철도경험과 축적된 노하우를 지녔다는 경춘선의 자신감 역시 한순간의 방심 앞에서는 제 2의
대구지하철참사를 예고할 뿐이다.
/ 윤동근 기자 hotelromeo@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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