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매일 아침 출근하는 곳은 여의도의 한 방송제작 프로덕션. 나는 이 곳에서 그 이름도 멋진 프리랜서 ‘구성작갗로 일하고 있다. 그러나 그 속에 웃지 못할 해프닝이 날마다 펼쳐지고 있음을 사람들은 알까?

  방송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우리 학교의 사회진출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4학년 여름방학 KBS원주방송국에서 실습을 하고, 그 해 10월 원주MBC에 구성작가로 들어가 1년여의 경력을 쌓은 후, 지금 있는 프로덕션으로 오게 됐다.

  작가라고 하면 대부분 고상하게 컴퓨터를 두드리며 원고를 쓰는 사람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방송작가들은 그보다 훨씬 다양하고, 많은 일을 한다. 특히 나처럼 경력이 짧은 작가들의 경우 기획안을 찾고, 섭외하고, 촬영을 진행시키는 등의 일이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평소 낯가림이 심한 성격인데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무턱대고 전화를 걸어 촬영허락을 받아내는 일이란 결코 쉽지 않다. 게다가 사람들도 천차만별! 거절을 하더라도 상냥하게 받아주는 사람도 있지만, 무턱대고 화부터 내는 사람도 있고, 또 때로는 너무 적극적이어서 곤란하게 만드는 사람까지 정말 다양하다.

  요즘 내가 맡고 있는 프로그램은 MBC ‘심야스페셜’이라는 다큐멘터리이다. 얼마 전 온천에 관한 3부작을 내보냈는데, 방송 편성상 한 달안에 해외 촬영을 무려 세 군데(일본, 터키, 헝가리)나 해야했다.

  해외 촬영은 현지에 살고 있는 ‘방송코디’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게 되는데, 나로서는 처음 해보는 해외물인데다 전화 통화만으로 작업을 한다는 게 정말 쉽지 않았다. 코디를 구하는 것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하더니, 촬영이 시작된 후엔 터키에 눈이 너무 많이 내려 촬영계획이 어려워지고, 헝가리에서는 섭외가 제대로 안돼 촬영을 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져오는 등 난관은 왜 그리도 많은지…. 그 덕분에 촬영팀이 무사히 한국에 도착할 때까지 혹시 또 다른 사건(?)이 터지지는 않을까 가슴을 졸이며 지내야했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래도 프로그램은 예정대로 방영됐다. 비록 방송을 제작하는 한 달 동안 집에 못 들어간 날이 더 많은가하면, 3일 연속 밤새 일하기도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부족으로 인해 마지막에는 1부가 방송되는 모습을 보면서, 2부를 편집해야하는 시청자들이 미처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지긴 했지만 말이다.

  그토록 힘들었던 일을 마치고 딱 하루 쉬던 날! 그 동안 밀린 잠을 자고, 친구들도 만나고, 또 마지막 3부 방송을 지켜보는데 그 하루가 얼마나 행복하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그리고 결국 그 하루의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현재 두 번째 다큐멘터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솔직히 일이 진행중인 동안은 속도 타고, 머리도 터질 듯 하고, 정말 쉽지 않다. 보이지 않는 곳에 얼마나 많은 노력이 숨어있는지 사람들이 알기나 할까? 그러나 그 누가 알아주건, 그렇지 않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 내가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일! 그것이 바로 방송임을 알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모자란 잠에 졸린 눈을 비비며, 여의도로 향한다. 또다시 맛보게 될 달콤한 휴가를 기대하며…….

(다음 수필 주자는 현재 hp 컨설턴트로 근무하고 있는 통계학과 90학번 김일권(1997년 졸업)씨입니다.)

/ 고현주(프리랜서 구성작가, 심리학과 98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