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99년도 졸업생이다. 99년도가 어땠는지는 아마도 지금도 학교에 있는 후배들은 많이들 알고 있을 것 같다. 여름 방학이 끝나고 보통 취업을 위해서 원서도 내고 또는 대학원 준비로 다들 바빠야 하는데 그 해에는 IMF체제가 시작한 첫해였기에 취업난이 엄청 심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결국 나는 취업자체를 포기하게 되었고 정 그렇다면 일단 공부를 더 한 다음 취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대학원 시험을 봤고 대학원에 진학을 하게 됐다.

 석사 1차 학기가 끝나갈 무렵 내가 TA(수업조교)를 하며 함께 연구실을 쓰게 해주신 홍대 영문과 교수님이 학교를 그만두시고 미국으로 다시 들어가신다는 통보를 받았고 나는 홍대 인문대학장님에게 달려가 언제쯤 다시 미국으로 가시는 교수님의 같은 전공의 교수님을 들어오시게 할 것인가를 물어보니 내가 석사를 마치는 4차 학기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통보를 들었고 결국 그 해 여름 대학원을 중도에 휴학을 하고 다시금 취업을 해서 직원 60명 정도 되는 중소기업 무역회사에서 수입 담당업무를 하게 됐다.

  지금 나의 직업은 C&L 뮤직이란 음반회사에 프로모션 매니저로 있다. 뭐 대충 직급을 따진다면 대리급 정도 되는 직책이다. 이 음반사는 유끼 구라모토라는 일본 뉴에이지 피아니스트를 라이센스로 출시를 해 국내에서 백만장 이상 판매고를 기록한 국내음반사로는 중상급에 속하는 음반사이고 현재는 재즈와 클래식쪽만 전문으로 수입과 라이센스를 하는 곳이다. 어릴 때부터 음악 듣는걸 좋아했고 대학 때도 과생활보다는 음악감상실에서 음악 듣는 일이 거의 일상다반사였었기에 이쪽회사에서 스카웃제의가 들어왔을 때 과감히 이전 직장을 그만뒀다.

  처음 이쪽으로 회사를 옮기겠다고 부모님에게 말씀을 드렸더니 하시는 말씀이 "월급 타서 CD만 줄 창 사더니 결국 그쪽으로 가는구나" 하시는 거였다. 물론 그 말이 맞긴 맞는데 예전 회사보다는 정말로 편하게 일을 할 수가 있다는 점에서 이쪽업계를 택할 수 있었다. 일단 영어를 반드시 업무상으로 계속 써야하는 직업이고 또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매일 끼고 살아야 한다는 점과 업무상으로 공연장에 가서 공연을 보고 잘된 점과 잘못된 점을 파악해서 보고를 해야한다는 것 또한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 잘 맞는 것으로 보여진다.

  지금 아마도 학교 중앙관으로 올라가는 길엔 봄꽃들이 만개했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 아마도 1,2학년들은 새학기를 맞으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대학생활을 어떻게 할건가를 생각하고 다닐 것이고 3,4학년들은 내가 예전에 했던 것처럼 취업걱정도 할 것이고 미래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신입생들에게 나는 “고민 많이 하고 책도 많이 보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고학년들에겐 아무곳이나 들어가서 일을 하면 될 거라는 막연한 생각은 반드시 버렸으면 한다. 첫 단추를 잘못끼게되면 그만큼 다시금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가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다음 릴레이 수필 주자는 컴공과 98년 졸업생인 이영숙씨입니다.)

/ 정재순(C&L 뮤직 프로모션 매니저, 영문과 92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