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건립과 합께 사제지간의 인연을 맺은 이석주(체육학과) 교수와 김명섭(영문과 82학번) 씨는 스승의 날을 맞아 지난 7일 학내 Pass time에서 21년 전을 회상했다. 이교수는 지금껏 우리학교 체육학과 교수로, 당시 제자였던 김씨는 현재 이웃 한림정보산업대학교에서 관광영어통역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이 날 만남은 과거 교수와 제자였던 관계에서 지금은 교수라는 대등한 위치에 있는 이들의 재회라 한결 특별했다. 반가운 악수로 첫 인사를 나눈 이들은 서로의 근황과 안부를 물은 후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금의 학교는 21년 전과 비교하면 굉장히 커졌죠”라며 말문을 연 김씨는 지금의 이공학관이 학교 건물의 전부였던 건립 초기를 회상했다. 당시 학교는 영문과를 비롯한 4개 학과, 2백50명의 학생들로 구성됐었다.

  “예전 학교에서는 지금 찾아볼 수 없는 교수·학생·교직원간의 가족같은 분위기가 조성됐었다”는 이교수의 말에 김씨는 “친구들끼리 밖에서 술을 마시다가 돈이 부족하다며 교수님을 부른 적도 있죠”라며 웃음을 지었다. 학생들끼리 떠나는 지금의 M.T와는 달리 학생은 물론 교직원과 교수도 참여했던 그 때의 M.T는 지금 생각하면 아득한 추억이다. 소규모의 학교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들은 지금 학생들에게 정말 생소하게 다가온다.

  ‘건강한 체력을 키워야 한다’는 학교의 설립 이념에 기숙사 및 숙소에 거주하던 학생과 교수들은 매일 아침 7시마다 운동장을 뛰기도 했다. 이에 이교수는 “매일 아침마다 우리가 학생들을 모조리 깨우느라 고생했어. 서울에서 온 교수들도 학교 숙소에서 함께 생활하니까 거의 가족이나 다름없었지”라며 옛 기억을 떠올렸다.

  과도 몇 개 되지 않던 이 때의 학생들은 교수님뿐만 아니라 다른 과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곤 했다. 당시 교양체육 과목 테니스를 지도한 이교수와 영문과 출신인 김씨가 이렇게 친근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데에도 이러한 학교 분위기가 큰 몫을 했다.

  이교수는 20년 전과 지금 우리 학교의 교육 환경을 비교했을 때 “건물이 상당수 증축되는 등 학생 복지시설이 전반적으로 좋아졌다”며 “실습 기자재들도 많아져 실험 교육이 내실화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하지만 지금 학생들의 모습에 대해 김씨는 “내가 학생일 때는 교수님으로 보이는 모든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다녔는데 지금 학생들은 마주쳐도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곤 한다”며 캠퍼스 내의 문화가 딱딱해졌다고 한다. 이에 이교수는 “아무리 학교가 방대해지고 문화가 바뀌었어도 웃어른을 공경하는 자세나 사제간의 정이 변하는 사태는 좋지 않다”며 김씨의 말에 공감했다.

  4년간의 사제관계에서 벗어나 지금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그들. 당시 지금 김씨의 나이였던 이교수는 어느새 올해 회갑을 맞는다. “선생님 회갑연 때 초창기 멤버들하고 한 번 뭉쳐야 겠네요”라는 김씨와 “1년에 적어도 한 번 정도는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하는 바람을 보인 이교수. 쉴 새 없이 퍼붓는 비 때문에 화사한 캠퍼스의 풍경과 함께 할 수는 없었지만, 이들이 나눈 이야기에는 겉으로만 느낄 수 없는 캠퍼스의 다정한 내음이 은은하게 묻어났다.

/ 김혜민 기자 khm84@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