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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노동법·안기부법안이 날치기 통과 되면서 노동계가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사회부에서는 노·자·정 간의 첨예한 대립으로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번 총파업 투쟁을 진단, 이후 노동계의 향방을 모색해본다.
지난 해 12월26일 정부여당의 노동법과 안기부법 개정안의 날치기 통과를 기점으로 총파업이 멈출 줄 모르고 있다. 총파업은
거의 5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고, 임금투쟁이 아니라 노동법 개정에 반대하는 정치적 성격을 띄는 파업을 단행한 것은 노동조합운동의 수준이 한
걸음 진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지난 50여 년 동안 권위주의적 정부에 의해 분할지배전략에 이용 당해 온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이 1970년대 이후 성장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과 연대투쟁을 선언하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인 것도 역사상
유례가 없는 쾌거이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국회법을 어긴 날치기 통과를 ‘합법’이라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양 법안의 날치기 통과에 대한 민주주의
질서 수호차원의 저항과 노동법개악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지위 저하에 대한 반대표시로써의 노동조합의 총파업을 불법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이런 정부의
반민주적 사고는 노동·시민단체 뿐만 아니라 법조계, 학계, 종교계 등의 연이은 반대서명과 성명, 그리고 캠페인운동에 의해 위압당하고 있다. 또한
지금껏 사태를 관망하고 있던 야당들도 노조의 총파업을 합법투쟁이라 규정하고 반정부 장외투쟁으로 나아가고 있다.
노동운동이 권위주의적 정부에 대항하는 운동의 선두에 서 있다는 점은 이전 민주화 운동과 크게 대비된다. 이것은 한국자본주의가
급속히 성장했고, 노동자의 의식 또한 눈에 띄게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구체적으로 노동정치 구도가 변화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이번
총파업에서 선두에 선 것은 「자동차연맹」과 「현총련」이다. 대기업노조와 재벌그룹노조들이 커다란 조직적, 정치적 힘을 동원하고 있다. 그동안
비판의 초점이 되어 왔던 정경유착과 재벌구조가 문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즉 노동정치가 사회정치지형의 중심축에 위치하게 될 맹아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의 총파업은 정부와 재벌에 의한 ‘노동배제적 노동정캄에서 ‘조직노동자가 참가하는 노동정캄의 방향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노동계의 총파업이 정부여당의 노동법과 안기부법 날치기 통과를 무효화시키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수세적
상황에 몰린 정부여당이 낼 수 있는 수단들은 여전히 많기 때문에 노동계가 이번 총파업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관건은 가능한 모든 권력자원을
동원하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계기로 내적 결속을 다지는 한편, 중앙조직으로 지도력을 발전시킬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총파업과정에서 「민주노총」은 주도적 역할을 해왔고, 구체적인 전술구사에 있어서도 상당한 역량을 보여주었다. 총파업을 1단계, 2단계, 3단계로
나누어 전개한 점과 효과적인 투쟁이 될 수 있도록 파업의 강도와 범위를 유연하게 배치하는 등 뛰어난 능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을
둘러싼 주객관적 정세가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다. 정부여당이 좀처럼 물러설 것 같지 않고 야당과 시민단체들도 객관적 상황이 변화하게 되면
지금처럼 총파업투쟁을 지지하는 주장만을 하지 않을 수 있다. 더욱 중요한 변수는 총파업이 중장기전화 될 경우 투쟁력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어떻게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발전시켜 가느냐는 것이다.
「한국노총」과 일부 노동운동진영에서는 이 점을 고려해서 노조의 ‘임단투’를 2-3달 정도 앞당겨서 노동법투쟁과 결합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 주장은 자칫 정부여당에 대한 정치투쟁이 임금인상과 같은 경제투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숙고해야
하지만, 총파업의 지속성을 강화하기 위한 수세적 방안 중의 하나일 수는 있다. 그러나 이번 총파업은 단순히 노동법 개악을 철회하기 위한 투쟁이
아니라 정부여당의 의회민주주의 파괴기도를 영원히 불식시키기 위한 노동자 중심의 시민 투쟁이다. 따라서 투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은
‘임단투’와의 결합이 아니라 시민사회세력과의 연대를 위한 행동 및 실천프로그램의 개발, 시민운동과의 연대투쟁에 중점을 둬야 한다.
또한 올 해 노동계는 총파업을 계기로 다양한 조직적, 정치적 변화가 전망된다. 우선 총파업을 계기로 기업별노조의 한계와
전국적, 지역적 연대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고 산업별 단일노조를 향한 논의와 실천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이것은 노총 차원에서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임단투’ 및 ‘노동법 개선투쟁’에서의 연대가 본격적으로 실천되면서 산업별연맹 차원의 교류가 다양한 방식으로 일어날
것이고,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에 대한 관심과 방안에 대한 실천적 논의들이 대선을 앞두고 적극적으로 검토될 것이다. 특히 야당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문제는 새로운 문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러한 복잡한 상황 속에서 「민주노총」이 어떤 정책을 만들어내고 실천하느냐가 우리나라 민주노조운동과
민주주의의 한 획을 긋는 큰 전환점이 될 것이다.
/ 인수범(「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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