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사회가 어수선하다. 바로 지난 해 연말 신한국당이 날치기 통과시킨 노동법과 안기부법 때문이다. 이에 대해 노동단체들은 파업을 선언했고, 정부는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래 가장 큰 위기라고 평가되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의 정치는 어디에 있는가? 올바른 정책결정과정은 정책이 추구하는 목적의 사회적 합목적성과 절차상의 민주성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그러나 현재사태를 몰고 온 이 법안들의 결정과정에 목적의 합리성과 절차의 민주성이 결여되어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노동법 개정은 임금억제를 통해 경제의 고비용구조를 저비용구조로 전환하여 경제회생을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저임금, 저가격에 기초한 전근대적인 산업구조를 온존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어 경제체질 개선에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또한 안기부법의 개정은 과거 비합리적인 조항이라고 하여 삭제시킨 것을 이번 개정에서 다시 ‘부활’시키는 우를 범했다. 노동법 개정의 경우 절차의 민주성을 완전히 배제한 채 독선적인 방향으로 흘렀음을 부인할 수 없다.

   노동법은 지난 해 「노사개혁위원회」가 제시한 안을 무시하고 다분히 자본의 이익을 옹호하는 방향으로 개정됐다. 이는 우여곡절 끝에 이끌어 낸 노·사간의 사회적 합의를 무시한 처사일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입장을 도외시한 개악이다. 더욱이 이 개정법률안을 새벽에 여당 단독으로 날치기 통과시키는 반민주적인 행태를 보였다. 소위 문민정부에서 내건 민주주의는 바로 이런 것인가?

  우리 경제에는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의 해결과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하나의 조치로 노동법의 개정이 이루어졌다. 현대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방향으로 노동법 개정에 이의를 달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법개정 과정에서 향후 고통받게 될 노동자들에 대한 배려와 사후 대책마련에 얼마나 심도있는 고려가 있었던가? 현재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개정법률안 날치기 통과 사건은 국민의 동의를 구하기는 커녕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 국민에게 고통을 전가하기보다 기업과 정부가 고통을 분담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우리사회의 열악한 노동권과 미비한 사회보장체계에 잔인한 시장의 논리를 일방적으로 노동자들에게 강제하는 것은 비도덕적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