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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운동세력이 주도한 학생회, 학생과의 괴리 등 적잖은 문제 낳아
학생자치기금의 확보와 학생간부 장학금 확대 등 지원책 필요
한림 학생사회가 침체되어 가고 있다. 대자보, 현수막 등으로 교정을 가득 메우던 학생들의 목소리는 이제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개강 초 입회신청을 받으려는 동아리들로 가득 찼던 학생회관의 입구는 토익수업 신청을 받는 사설영어교육기관의 자리가 된지 오래다. 정규수업시간이
끝나면 학교 곳곳에서 토론을 벌이거나 동아리 활동을 하는 학생들의 모습도 눈에 띄게 줄었다. 주말이면 썰물처럼 학생들이 학교를 빠져나가 ‘주말
공동화’라고까지 회자되고 있다. 학교에서 축제가 있다고 해도 학생들 사이에서는 ‘수업이 없는 날’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본보에서는
‘침체되어 가고 있는 한림 학생사회’를 시리즈로 나누어 현황과 대안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본교에서 학생사회의 침체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곳은 바로 학생회이다. 지난 2002년도 학생회 선거는 투표율 저조와
후보 미등록 등으로 본교 역사상 최악의 선거로 기록됐다. 총학생회, 자연대 의대 학생회 등 단 3개의 단위에서만 단일후보가 등록하면서 시행된
학생회 선거는 불안한 조짐을 보이며 시작됐다. 이는 투표율 49%에 따른 총학 선거 무산으로 이어졌으며, 급기야 올해 초에 진행된 보궐선거에서도
총학생회 선거 후보가 없어 미등록돼 본교에선 처음으로 총학생회가 없는 채로 학기를 시작하게 됐다. 이에 따라 본교에서는 자연대 공대 의대 등 단
3곳에서만 학생회가 출범했으며, 총학생회와 인문대 사회대는 각각 운영위원회 체제로 꾸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선거에서 무력한 모습을 보인 학생회 및 운영위원회들은 현재까지 이렇다 할 사업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올해 초 등록금 협상의 경우 학생회를 꾸린 3개 단위의 적은 인원이 협상과정에 참여해 등록금 인상에 대해 마땅한 대응을 하지 못했으며, 새내기
새로 배움터에서도 매끄럽지 못한 진행으로 마찰을 겪었다. 각 단과대학의 결속력을 다지기 위한 한마당 사업도 자연대, 인문대, 의대만이 진행한
상태이다. 또 태풍 ‘매미’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수해지역민들에 대한 봉사활동도 학생회 차원에서 진행됐어야 했지만, 이번에는 이러한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같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학생회는 학생사회의 침체 속에서 퇴조일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학생회는 학생사회를 움직이는 주요 동력으로 기능해왔다. 반독재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80년대에는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목소리를 높이고 대학 내 학생사회의 비판의식을 고취시키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또한 등록금 문제나 학교 공간 이용문제 등
학내에서 제기되는 여러 사안에 대해서도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대표체로서 기능해왔다. 그러나 이처럼 학생사회의 주 동력이던 학생회가 어떠한
이유로 학생사회의 침체를 구원하지 못하고, 자신마저도 구원을 받아야 할 처지가 된 것인가?
이의 원인으로는 학생회와 학생들 간의 괴리 및 학내 학생운동세력의 침체 등이 꾸준하게 거론돼 왔다. 그러나 이 중 학생회와
학생들 간의 괴리 문제는 현재 학생회 무용론으로까지 번질 정도로 심각하다. 현재까지 학생회를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특정 학생운동 단체들이
과거의 학생회 운영방식에 매몰되어 학생들의 요구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로 인한 학생회 인력의 수급 부족은 시대에 맞는 새
사업 구상 및 진행은커녕 이른바 ‘달력식 사업’조차 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는 처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사회 내의 개인주의화 및 공동체
의식 붕괴가 더해져 한림 학생사회는 더욱더 침체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대학사회의 정치의식을 고취시키고 학원민주화에 큰 역할을 한 것은 인정하지만, 현재에 이르러서도 과거의 행동양식에 갇혀
학생들을 계도하려고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지난 7월 전국학생회협의회가 학생회 중심의 학생운동 재편을 주장하며 해소된 것도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학생사회의 구성원이면 누구나 학생활동의 주체로 활동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은 지금의 학생사회 침체를 해결할
열쇠가 될 수 있다. 그래서 학생대중의 자발적인 참여로 학생회를 구성하여 그 역할을 다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침체 분위기의 학생사회를 고취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지원책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학생자치기금의 확보와 학생회 간부에 대한 장학제도 확대 등은 적어도 현재의 학생회 인력 부족과 선거기간 후보 미등록 문제를
해결할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 윤동근 기자 hotelromeo@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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