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학년도 1학기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돌이켜 보건대, 그 사이 우리학교도 여러 가지 큰 일들을 겪었다. 학기가 시작되면서 우리는 새 총장이 바뀌었고, 설립자인 윤덕선박사께서 급환으로 별세하기도 하였다. 연이어 등록금 인상에 관한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었다. 학기초는 이렇게 해서 뒤숭숭한 나날이었다. 그리고 얼마후는 중간고사와 대동제가 있었고, 최근에는 교육부로부터 우수학교로 인정받아 전국 최초로 입학정원을 자율책정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학교가 ‘과연 우수학교인갗 하는데 대해서는 학내에서 몇가지 강력한 이견이 제기된다. 그것은 4가지 정도로 집약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우리학교가 아직도 심각한 시설부족 상태에 있다는 점이다.

  지난호 한림학보에서 ‘나도 한마디’난을 통해 청취한 의견들을 보면, 우리학교가 입학정원을 늘리는 것은 현재의 (심각한 시설부족) 상태를 감안할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둘째는 우리학교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50-60%의 낮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이것은 지역적인 사정이 취약한데 따르는 문제점, 즉 지방대학이면서 춘천지역에 깊이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점 등 때문이기도 하지만, 솔직이 학생들의 질과 자세에도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셋째는 그와 관련하여 학내에 면학분위기가 성숙해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학교 근처의 맥주집은 만원이고 저녁시간의 학내교정은 술판과 고성방가로 왁자지껄 오염되기 일쑤이다. 공부를 그나마 열심히하는 학생들의 태반은 취직시험과목에만 매달려 있거나 사설학원에만 집중하고 있다. 전공과목을 착실히 공부하는 ‘정상적’인 학생들은 과연 다수일까 소수일까 의문이 든다. 그렇다면 또 “대학은 왜 다니는가, 그것도 비싼 등록금을 주면서”라는 의문이 강하게 제기된다. 넷째는 학내 제반문제가 민주적인 참여와 의사결정을 통해 이루어 지고 있는가, 대학의 주요구성원들 사이의 관계는 민주적이고 공동체적인가 하는 의문이다.

  여기에 비추어 볼 때도 아직은 불만족스러운 면들이 여러 곳에 존재한다. 한림대학에 소속한 것을 만족스럽게 혹은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대학의 구성원들이 일심동체처럼 느끼는 그런 상태는 아직 아니다. 이런 점들에 비추어 볼 때, 우리학교는 ‘우수한 학교’라고 하기에는 아직 충분하지 못한 상태에 있다. 한 학기를 마감하면서, 우리 모두는 이런 점들을 반성하고 새로운 도약과 개혁을 위한 일이 무엇일지 적어도 한번쯤은 깊이있게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