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은 어디로 가고 대리, 부정, 위장…

‘대리출석 한 번에 만원’ 웹사이트 성행, 재직증명서 판매하는 업체도 있어

■ 대신 수업 들어가 주면 시간당 만원

  대리출석(대출)은 수강인원이 1백 명을 초과하는 교양수업에서 가장 많이 나타난다. 보통 이러한 수업은 출석을 부르다 보면 수업 시간 중 도망가는 행위 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지정좌석제나 이름을 써내는 방법 등으로 출석 확인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정좌석제의 경우도 대출이 손쉽기는 마찬가지. 김진홍(사회과학부·1년)씨는 “만약 학생수가 많더라도 전공과목의 교수는 학생의 얼굴을 기억해 대출이 불가능하지만, 강사가 진행하거나 교수가 학생의 얼굴을 확인하지 않는 수업에서는 대출을 하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교양과목 일본문화사와 전공과목 일본역사독해, 한일교류사 등을 담당하는 남기학 교수(일본학과)는 “일본학과 학생들은 대부분 얼굴을 알기 때문에 대출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되지만 수강생이 1백 명을 넘는 일본문화사와 같은 교양과목은 대출이 의심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남교수는 일본문화사 수업 출석 체크를 구두로 호명하는 대신 종이에 학생들이 서명해 제출하는 방식을 택했다. 또한 수업시간 도중 불시에 학생들을 호명하여 출석을 확인해 대신 출석을 해준 학생들을 찾아내고 있지만 아예 강의에 대신 들어와 버린 학생들에 대한 적발은 어려운 실정이다. 수도권 일부 대학에서는 대출을 해주는 조건으로 돈을 받는 일종의 ‘대출영업’도 성행하고 있다.

  대출의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아는 교수들은 비양심적인 태도에 큰 벌을 내린다. 지식정보사회론의 경우 대리출석이 적발되면 결석보다도 많은 감점을 주는 것이 이러한 예. 하지만 이러한 방법도 대리출석을 완벽히 방지하지 못한다. 여러 방책을 연구하던 상명대에서는 일부  수업에서 ‘얼굴인식 출결시스템(가제)’을 사용하고 있다. 상명대 소프트웨어 학부의 배경율 교수 및 연구원이 함께 개발한 이 프로그램은 강의실마다 배치된 카메라와 컴퓨터가 사람의 얼굴을 특수 코드화 시켜 인식한다. 이 프로그램은 완성되면 상명대 전체 수업에서 사용될 예정이며 도입을 원하는 타학교에 제공할 계획이다.

■ 부정행위도 새롭게

  시험중 부정행위도 새로워지고 있다. 최근 휴대폰의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문자메시지를 이용해 답을 전송해주는 방식도 이용되고 있다. 이러한 부정행위는 무엇보다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에게 상대적인 피해를 주기 때문에 대리출석보다 더욱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거의 모든 과목의 시험에서는 과목 나름대로의 철저한 감독이 이뤄지며, 부정행위 적발 시 0점 처리로 이를 방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력 없이도 좋은 학점을 얻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많아 부정행위는 근절되지 않는 실정. 정인성(수리정보·1년)씨는 “감독이 교수나 조교 한 두 명 뿐인 과목에서 부정행위를 했던 사람들을 여럿 알고 있는데, 감독관을 보충해서 이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익명을 요구한 인문대의 한 학생은 “감독의 눈을 피해 컨닝 페이퍼를 훔쳐보는 학생들을 목격한 적이 있는데, 이렇게 되면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만 억울해 지는 일”이라며 “시험시간에 감독을 더욱 철저히 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하지만 허윤영(사회학과·3년)씨는 “감독을 아무리 엄격하게 한다 하더라도 감시의 눈을 피해 더욱 다양화된 방식으로 부정행위를 하는 학생들이 있을 것”이라며 “학생 스스로 자신의 양심에 맞는 행동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취업난이 심각한 현재, 4학년 학생들의 위장취업이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학년 학생의 경우 취업이 확인되면 학교에 출석하지 않고도 과제물 제출 등으로 학점 이수가 가능하도록 교수들이 배려해주기 때문이다. 광고홍보학과 4학년에 재학중인 한 학생은 “지금 같은 학부 4학년 중 위장취업을 한 학생이 20% 정도는 된다고 본다”며 “그들은 가짜 재직 증명서를 제출한 뒤, 남는 기간동안 토익공부 등 취업 준비의 시간을 갖곤 한다”고 설명했다. 위장취업은 가까운 친척 등 아는 사람이 경영하는 기업, 아르바이트 중인 직장과 같은 곳을 통해 가능하다. 요즘은 재직증명서를 위조에서 판매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손병홍 교수(철학)는 “최근 위장취업에 대한 이야기를 접한 후 재직 증명서 검토 후 필요할 경우 취업기관에 확인을 거쳐 사실을 확인하는 절차를 갖기도 한다”며 “아직까지 위장취업 학생을 발견한 적은 없지만, 이러한 관행이 더 이상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해 학생들의 취업 여부를 더욱 철저히 가려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영학 전공의 변용환 교수는 “4년간 알고 지낸 제자가 교수를 속일 것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며 “재직증명서를 제출한 학생들의 취직은 별다른 절차 없이 인정해주는 편”이라고 전했다.

  좋은 학점과 쓸 만한 영어점수, 자격증 등 취업에 유리한 조건을 모두 갖추기 위해 대학생들이 전력을 투구하는 가운데 일부이긴 하겠지만 지성인의 자질을 의심케하는 일그러진 모습이 돌출하고 있다. 취업을 하는데 정작 직장에서 쓰이지도 않을 능력을 무리하게 요구하고 있는 지금의 사회에도 문제가 있지만, 게임의 룰과 양식을 저버리는 학생들이 캠퍼스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 최소한의 양심마저 지키지 못한다면 좋은 성적과 취업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대학생에게 보다 정직한 패기와 열정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김혜민 기자 khm84@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