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체전을 전후해 최근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를 바라보며 드는 생각은 ‘손에 쥐어진 떡도 먹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학생복지기금 중 체육대회 비용으로 책정된 4백여 만원이 현재 공중에 떠 있고 앞으로도 영영 떠 있을 것 같은 걱정이 들기 때문.

  2학기 축제인 들불제 행사 중 당시 연기됐던 추계 체육대회가 완전히 무산됨과 동시에 체육대회 비용 4백여 만원의 행방이 묘연해졌다. 다시 들불체전을 개최하자는 의견에 반대한 대표자들 대부분이 ‘추운 날씨로 인해 사고가 발생할 우려와 참여율 저조’를 염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사용하지 못한 4백만원을 두고 고심한 중운위는 각 단대별 체육대회의 예선을 거친 후 결승전만을 진행하는 방법과, 참가하고자 하는 팀의 신청을 받아 체육대회를 진행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하지만 오랜 고심 끝에 나왔을 이러한 방법들이 미흡해 보이는 느낌을 떨칠 수 없는 것은 왜일까? 체육대회가 무산된 이후 약 1개월의 시간이 흘렀지만 4백만원의 예산을 사용할 그럴듯한 안건도 제시하지 못하고, 체육대회를 무산시켰던 때처럼 안일한 자세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체육대회나 또 다른 축제를 진행하기로 결정됐다 하더라도 준비에만 보통 10여 일이 소요되는데 학생회선거가 본격화되는 시점까지 왔으니 과연 다른 형태의 행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장봄 중운위원장은 “두 가지 방법 모두 무산될 경우 소규모 축제와 같은 다른 행사로의 전환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지만 다른 중운위 관계자는 “이 부분과 관련해 구체적 회의를 갖지 못했다”고 밝혀 실질적 개최 여부는 더욱 불투명한 상태다.

  현재 본부의 예산 관련 부서는 본래 추계 체육대회로 책정된 비용은 다른 곳에 이용될 수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 학생들을 위한 학술 및 체육행사의 경우 본부 결제 라인의 승인 하에 변용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좀더 논의를 거쳐야겠지만 학생회측이 같은 목적으로 행사를 진행한다면 별 무리없이 학생들에게 돌아갈 기회는 남아있는 것이다.

  단돈 몇 만원을 학생복지기금으로 얻어내기 위해 고생했던 선배 학생회들의 노력을 돌이켜본다면 이런 상황은 참으로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학내 학생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너무도 많다. 디지털사진 공모전, 학회 대상 학술잡지 경연대회, 문학상 원고 공모 등을 비롯해서 말이다.

/ 손정은(대학취재부 기자) jestyle@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