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은회는 단어 뜻 그대로 학생들이 재학기간 동안 자신을 가르쳐준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만든 자리다. 술잔을 기울이며 재학 중의 에피소드를 추억하고 먼 훗날 다시 만나 뵐 것을 기약하거나 혹은 감사했다는 인사를 건네는 행사였던 것이 한 해 두 해 지나다 보니 ‘학생이 졸업 전 치르는 당연한 연례 행사’로 자리잡았다. 게다가 최근 일부 대학에서의 사은회는 유명호텔에서 행사를 치르는 등 교수, 학생 모두 과다비용을 소모한다는 비판 속에 일부 매체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사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졸업 앨범 촬영에 따른 비용마저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사은회를 치르기 위해 적게는 몇 만원에서 수십 만원에 이르는 개인 비용을 감당한다는 것은 실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본보가 졸업생 7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은회 개최 여부에서는 찬성 - 72명, 반대 - 3명으로 사은회에 대해 대부분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또 참석 여부에서도 ‘참석한다’는 학생이 61명으로 많은 수를 차지했다.

  하지만 졸업생들은 행사 규모와 비용에 대한 질문에서는 적당하다 - 21명, 비싸다 - 31명, 비싸지만 그렇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불만 없다 - 23명 등으로 조사됐다. ‘비싸지만 그렇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를 포함한다면 절반 이상의 졸업생이 사은회 비용을 ‘비싸다’고 생각하는 셈이다. 적절한 금액 수준을 묻는 질문에는 절반 이상인 40여명의 학생들이 1-3만원선을 선택했다. 인문대 재학중인 한 학생은 “주변 친구들이 대부분 부담은 느끼지만 대학생활 중 한 번 뿐인 행사라 하고 있다”며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 같이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은 이마저도 부담으로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감사’를 받는 입장인 교수들은 사은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사회과학대의 한 교수는 “1차는 학생들이, 2차는 교수가 내는 관습으로 인해 교수들 역시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조촐하게 자리를 마련하는 것은 좋지만 교수도 행사 규모가 커지는 것을 반기는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취재진이 본교 사은회를 주최하는 졸업생 대표들에게 이번 해 행사 규모를 취재한 결과, 경기 불황을 맞아 행사 규모가 간소화되고 있는 추세다. 대부분 학과가 학생들이 선택한 적정선인 1-3만원 보다 한 단계 높은 3∼5만원 선으로 비용을 책정하고 있었지만 이는 과거보다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러한 비용은 학과 졸업생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 주최측의 설명. 이렇게 규모가 축소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작게 하자’는 교수님들의 주문도 크게 작용했다. 사은회 행사 일부로 진행되는 선물전달식의 선물도 규모가 줄어들기는 마찬가지. A학과에서는 정성의 표시로 장갑을 선물하는 방안을 내놓았고, 인문대 B과의 경우 전통적으로 교수들이 선물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 역시 준비하지 않았다. 대표에 따르면 B학과의 경우 선물을 준비한다해도 교수님들이 받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워 학생들에게 못 박았다고 한다. 또 C학과에서는 교수님들과 게임을 즐기며 ‘안주내기’를 하는 등 재밌고 조촐한 이벤트도 구상중이다.

  교수들이 제자를 아끼는 마음, 학생들이 한 번이라도 ‘선생님’을 제대로 대접하고 싶은 마음 모두 소중하지만 본연의 취지를 흐뜨리지 않는 뜻 깊은 사은회가 되길 기대한다.

/ 김정욱 기자 kjw0304@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