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증은 한국인의 고질병인가? 작은 화재는 사소하게 넘겨버리고 화재의 위험에 무심한 학생들을 보면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타성을 답습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본교 시설과는 지난 7월 ‘10평 이상 되는 공간에는 소화기를 하나씩 설치한다’는 소방법 개정에 따라 교내 10평이 넘는 모든 강의실과 실험실에 소화기를 설치했다. 하지만 본보 취재진이 조사한 결과, 일부 수업에서는 교수와 학생들이 소화기 앞에 수업자료를 설치해 두고 있었다. 강의동에서는 몇몇 소화기가 강의실과 화장실 문을 지탱하는 데에 사용되고 있었다. 혹 화재가 발생하게 되면 당황해 눈앞에 있는 소화기도 보이지 않는다고 하는데 숨겨져 있는 소화기를 무슨 재주로 찾아낼 것인가.

  또 화재시 건물내에 있는 사람들에게 화재를 알리기 위해 누르는 발신기도 훼손돼 여러 번 수리했다고 했다. 발신기 훼손은 매달 소방시설을 점검할 때마다 수리해야 할 정도로 자주 일어난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발신기의 버튼을 누르고 도망치는 학생과 경종소리가 시끄럽다고 발신기를 뜯고 부수는 학생들이 있다는 얘기를 들으며 ‘지성인’이라는 우리의 이름을 되돌아보게 된다. 실제 학생회관 2층에 위치한 고려관광 앞 발신기도 훼손돼 있어 곧 수리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언제 또 훼손될지 모르는 일이다.

  담배꽁초로 인한 학내의 작은 화재들은 이제 ‘기사거리’도 되지 못할 정도로 비일비재하다.‘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취재 당일 강의동 앞 쓰레기통에 연기가 모락모락 피었다. 불씨를 완전히 끄지 않은 담배꽁초갖또' 원인이었다. 취재에 동행한 시설과 계장이 급히 진화해 큰 불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한림 구성원들의 행태가 단적으로 드러난 것 같아 씁쓰레했다.

/ 손정은 기자 jestyle@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