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은 아직 아름답다. 춘천의 진산인 봉의산이 고층아파트로 감옥처럼 둘러싸여 있고, 도심의 녹지공간이 시멘트 구조물로 덮여 버리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춘천은 산, 강, 호수, 안개로 둘러싸여 있고, 때묻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춘천을 춘천답게 키울 수 있는 희망이 아직 남아있다.

  희망! 한 도시가 희망을 갖는다면 그것은 어떤 것일까? 95년의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춘천 시민의 45.8%가 춘천이 문화예술의 도시로 발전되기를 희망했다. 그런데 그 해 정부는 춘천을 최고 문화도시로 인정, 문화도시상을 시상했다. 전혀 뜻밖이었지만 그 배경에는 춘천만이 가지고 있는 예술축제가 버티고 있었다.

  춘천은 80년대 중반까지 젊은이들이 애인과 함께 가보고 싶은 도시, 산과 호수와 닭갈비, 안개같은 소설가 이외수가 사는 도시로 조용히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예술적인 자연경관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에 걸맞는 예술은 가지고 있지 못했다. 89년이 돼서야 ‘춘천인형극제’와 ‘한국마임페스티벌’이 시작되면서 긴 잠에서 깨어났고, 91년 ‘국제아마츄어연극제’가 열리면서 춘천은 일어서기 시작했다.

  이런 축제들이 춘천에서 일어난 이유는 우리나라의 획일적인 문화현상을 바꿔보려는 의도에서였다. 모든 예술활동이 서울에서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생기는 지방예술의 황폐현상을 막고, 관에서 주도하는 형식적인 축제들 속에서 진정한 축제정신을 가진 축제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바램들이 춘천의 모든 것과 맞아 떨어졌다.

  해마다 5월 말에 열리는 ‘춘천국제마임축제’는 광대들의 마임부터 예술적인 마임까지 극장, 학교, 거리에서 다양하게 펼쳐진다. 말없이 몸짓으로만 교류하는 마임 특유의 세계를 즐기면서 교감의 폭을 넓힐 수 있다. 8월 중순에 열리는 국제적인 ‘춘천인형극제’는 어린이 중심의 축제이지만 수준 높은 특별공연으로 시민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참가극단의 90%(400여명)가 대학교 인형극 동아리들이다. 그리고 93년부터 3년마다 열리는 ‘춘천국제연극제’는 세계 아마추어 연극인들의 잔치로 15개국이 참가하는 큰 규모이다. 공연 뿐 아니라 여러 행사를 통해 이국적인 풍물을 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축제들은 모두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많은 대학생들이 각 분야에 참여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면서 좋은 추억을 남기고 있다.

  문화예술의 도시 춘천을 희망하는 인구 23만의 작은 이 도시는 이제 새롭게 시작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역과 지역, 도시와 도시간의 전쟁 속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21세기를 위해 격렬하게 싸우면서….

/「춘천국제마임축제」위원장 유진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