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M.T.철인 요즘, 여기저기서 부푼 기대와 함께 소주병을 가득 싣고 산으로 강으로 떠난다. 신입생들은 말로만 듣던 M.T.에 대한 설레임을, 재학생들은 오랜만에 선·후배가 모두 모이는 여행에 대한 즐거움을 갖고 떠날 것이다.

  하지만 이렇듯 대학생활에서 빼놓지 못할 M.T.가 술 마시고 게임하며 밤을 지새는 것으로 끝나는 건 아쉬운 느낌이다. 물론 하룻밤 사이에 많은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한 좋은 방법이지만 자고 일어나면 소주병의 기억밖에 없는 허무한 여행이 되는 것은 씁쓸하다. 요즘 한창 연합 M.T.를 준비하고 있는 각 과들의 프로그램만 봐도 그렇다. 다른 과와 차별된 신선한 프로그램은 찾기 힘들다. 이런 현상은 본교뿐만 아니라 타 대학들도 별 다를 것이 없다.

  게다가 남학생이 여장을 하고 이들 중에서 ‘최고 미인'을 뽑는 미스XX 류의 행사는 여성의 몸을 단지 성적인 상품으로 여긴다는 우려를 낳는다. 이러한 와중에 언론정보학부에서 준비한 민중가요 부르기와 이에 따른 율동은 예전의 대학가의 분위기를 통해 현대사를 반추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심리학과에서는 다른 학과의 M.T.와 달리 S.T. (Susceptibility Training)라는 ‘민감성 훈련’을 진행하는데, 여기서는 레크레이션 전문강사를 직접 초빙해 게임시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학생회가 M.T.와 같은 과 행사에 재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는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재학생들의 참여가 낮아지는 이유는 M.T.가 그들에게 어떤 여행이었는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는지를 말해준다. M.T.에서 꼭 술과 게임으로만 밤을 지새우라는 법은 없다. 주제를 정해 관심사에 관한 깊은 토론을 나눌 수 있는 테마 M.T. 같은 것도 좋을 것이다. 술의 양과는 상관없이 선, 후배의 친목을 다질 수 있는 한림대만의 M.T. 문화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