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ay, mate!”

  1992년11월30일, 캔버라공항에서 택시를 타려 했을 때, 운전기사가 내게 한 인사말이다. 위와 같이 종이에 써 주면서 말한 것도 아니었고, 익숙한 인사말인 “How’re you doing?”이나 “hi!”가 아니라 강한 호주 억양의 첫 인사말에 나는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었다.

  유학시절 많은 지도를 해주신 호주 출신 교수님으로부터 today의 발음이 to die에 가깝게 들려 상냥한 목소리로 “Did you come today?”라고 물었을 때 씩씩거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와 통계학과목 중에 stat131 A를 가르칠 예정이라고 학생들에게 말해 주었더니 그런 코스(stat131 I)가 없다는 얘기들을 통해 호주식 영어의 특징에 관해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실제로 접해보니 매우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생활 영어라면 항상 자신있다고 생각해왔는데 첫인사부터 알아들을 수 없었으니… 닷새 동안의 짧은 방문 기간이었지만 호주영어는 미국영어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먼저 McDonald’s에서 주문을 했을 때 미국에서는 “Here or to go?”하고 물어 보았을 말을 호주에서는 “Here or take away?”라고 한다. 물론 여기서의 take away의 발음에도 호주식의 억양이 포함돼 있다.

  그 다음으로 당황했던 적은 무좀약을 사러 나섰을 때 약국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미국 땅에서 그 흔하디흔한 ‘drugstore’는 찾을 길이 없고 ‘chemist’라는 간판이 붙은 가게에서 약을 팔고 있었다. 또 한 번은 대학서점에서 산 책에 몇 쪽 뒤바뀐 것이 있어 교환해 달라고 했더니 ‘docket’을 달라고 한다. 아마 ‘receipt’ 대신에 사용하는 말인가 싶다.

  1993년 9월부터 1년 동안 방문 연구원으로 다시 캔버라에 머물렀을 때에는 차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좀 더 많은 차이점을 알게 됐다. 미국에서는 ‘hood’라고 하는 것을 ‘bonnet’라 하고 ‘trunk’를 ‘boot’라고 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자동차에 관한 외래어들이 여기저기서 섞여 들어 왔음을 알 수 있었다. 추월하는 것은 ‘pass’ 대신 ‘overtake’, 전화거는 것은 ‘call’ 대신 ‘ring’, 대여하는 것은 ‘rent’ 대신 ‘hire’, 주차장은 ‘parking lot’ 대신 ‘car park’, ‘deductible’ 대신에는 ‘excess’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었다. 발음에 있어서도 [ei]로 소리 낼 부분이 [ai]처럼 들리는 것 이외에도 ‘box’의 발음은 ‘복스’에 가깝게 들리고 ‘bus’는 ‘바스’, ‘number’는 그야말로 ‘남바’에 가까운 말로 들린다. 혀를 별로 굴리지 않고 말을 하기 때문에 ‘hamburger’의 발음도 ‘함바갗에 가깝게 들린다.

  그러다 보니 어느 한국 여행단이 시드니에서 배를 탔을 때 기념 사진사가 이사람 저사람 사진을 찍어 주고 돈을 받아갔다고 한다. 그런데 사진은 왜 빨리 안 주냐고 항의하는 여행객들에게 사진사가 “Later, later!”를 외쳤더니, 어느 점잖게 차려 입으신 신분이 라이터를 건네주더라는 얘기가 있다. 철자에서도 몇 가지 다른 점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미국식 영어의 ‘mom’을 ‘mum’이라고 표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mammy’는 ‘mummy’라 쓰겠구나 싶어서 속으로 웃은 적이 있는데, 별로 사용되는 것을 본 적이 없었으나 한영사전에 나와 있기는 하다. 떠나기 전에 그간 많이 도와 준 분들에게 “Thank you!”라고 했더니 그들은 미국식의 “No problem!”대신에 “No worries!”로 대답해 주었다. “Bay, mate!”

/ 이기원(통계학과) 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