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4일 밤 9시경 사복 경찰들과 전경이 학생회관을 겹겹이 둘러싸는 일이 있었다. 경찰은 한명의 수배자를 잡기 위해 쇠파이프, 각목, 절단기 등으로 무장한 채 총학생회실과 동아리방 등을 수색했다. 학생회관에 있던 많은 학우들은 놀라움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고, 특히 개강 이틀째를 맞이해 정신없이 생활하던 새내기들은 대학이 군화발로 짓밟히는 상황을 보고 놀라워했다. 이에 학우들은 이틀 뒤 비가 오는 속에서 이클리지어 광장에서 집회를 하고, 도경에 항의방문을 하려 했으나 정문을 통과하자마자 사복경찰들과 전경들은 이를 저지해 학교로 돌아와야 했다.

  이 사건은 단지 한 수배자를 잡기 위한 경찰들의 대학진입이라는 단순한 문제로 파악되기보다는 앞으로도 언제든지 학원을 침탈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경찰이 대학에 들어올 때는 학교측과 합의하에 들어오게 되는데 이 과정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학교의 허락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학에 경찰이 자기집 드나들 듯이 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느낀다.

  작년 한총련 사건 이후 더욱 더 학원탄압에 혈안이 돼 있는 김영삼 정권은 올 대통령 선거에서 재집권을 하기 위해 올해도 계속 학원탄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무장경찰이 학원에 난입한 사실은 단순히 수배자 한명을 검거하기 위한 것보다 공안정국을 조성해 사회의 분위기를 불안하게 만들고, 올 선거를 통해 보수화를 강화시키려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학원 침탈의 예는 우리학교 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도 계속해서 침탈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 통신을 통해 전해오는 소식은 경악을 금치 못하는 수준이다. 더이상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 언제 또다시 짓밟힐지 모르는 현실을 방치한다면 한림의 주인인 우리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 된다. 또한 대학이 가지는 사회 비판적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우리는 이 사실을 묵과하면 안된다.

  10년전 87년 민주화를 이루어낸 민중들의 힘을 우리는 분명 기억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노동법, 안기부법을 개악하고 있는 현 정권 및 보수야당들의 행태와 온갖 부정부패들이 난부하는 사회를 보며 10년전 이루어냈던 민중들의 투쟁을 다시 한 번 이뤄내야 할 것이다.

/ 박준우 사회학과·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