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비와 풍화작용으로 수차례 보수작업 불구 붕괴 위험
월중 조경위원회 열어 대체 상징물 논의 예정

  1987년이래 본교의 자랑거리로 명성을 지켜오던 다비드상이 지난 9일, 붕괴 위험을 이유로 철거됐다. 김용일 시설과장에 따르면 “다비드상 우측 발목 뒷부분에 생긴 균열이 진전됨에 따라 붕괴 위험에 따른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철거를 결정했다” 고 말했다. 특히, 졸업식 날 사진을 찍기 위해 다비드상 앞에 학생들이 모일 경우, 더 큰 사고가 생길 것을 우려해 철거를 앞당긴 것으로 밝혀졌다.

  철거까지의 진행과정을 살펴보면 ▲2001년 - 우측 발목 뒷부분 균열 발견 ▲보수 작업 실시 - 약액(균열 보수재) 주입 ▲연 1~2회 세척작업, 수시점검 ▲2003년 - 한국조각협회에 정밀진단 의뢰, 원상복구 불가판정을 받은 후 지난 9일 최종 철거됐다. 조사결과, 균열 발생에도 여러 가지 원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밝혀졌다.

  우선 풍화와 산성비는 몇 차례 약액 주입을 통한 보수작업에도 불구하고 균열을 심화시켰다. 특히, 다비드상의 재질이 산성비에 잘 부식되는 석회 성분의 대리석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균열이 생긴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 시설과 측의 지적이다. 주로 대리석 조각품은 실내에 보존되는데 비해 다비드상의 경우, 19년간 풍화에 노출 돼 있었다.

  또 다비드상 제작 당시 원근감(상체와 하체 크기 비율이 같을 경우, 상대적으로 상체가 더 작아 보임) 을 고려해 하체에 비해 상체를 크게 제작한 것도 균열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무게중심이 앞발 쪽에 실리다 보니 발목 부분 균열이 심해지고, 좌측 지지대에까지 균열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김 시설과장은 “조각품의 경우 보험가입이 되지 않아 보수비용이 많이 들지만, 원상복구가 가능하다면 보수를 더 진행해 볼 생각이었다” 며 “그러나 원상복구가 불가능하다는 판정으로 어쩔 수 없이 철거를 결정하게 됐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원상복구 불가 판정 이후, ‘다비드에 유리관을 씌워 보존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그것 역시 안전을 확신할 수 없어 실행에 옮길 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철거된 다비드상은 즉시 폐기처리됐다. 시설과에 따르면 “철거된 동상이나 조각품은 복원이나 그 외의 다른 처리 방안이 어려워 즉각 폐기시켰다"고 밝혔다.

  다비드상의 빈 자리를 채울 대체물에 대한 논의는 3월 중 조경위원회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총 7명으로 구성된 조경위원회는 대학특성에 맞는 환경 친화적이고 조화 있는 공간조성을 위해 1999년 설치된 본교 조경자문기구이다. 조경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기원 사무처장은 “대체물을 선정할 때 외부 설치를 고려, 풍화작용 등에도 잘 견딜 수 있는 재질을 결정하는데 중점을 둘 것” 이라고 밝혔다.

/ 최영인 기자